男감독관 ‘무혐의 종결처리’ 41%
女감독관 ‘과태료 부과·징계’ 42% 한 직장 여성은 지난해 “상사가 클럽에서 술에 취해 ‘오늘 너는 내 여자다’고 말하며 끌어안고 허리와 등을 강제로 만졌으며, 성희롱 사실을 회사에 알렸다는 이유로 여러 번 인사조치를 당했다”며 지방노동관서에 성희롱 신고를 했다. 그러나 조사를 맡은 남자 근로감독관은 ‘상사가 지위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했거나 고용상 불이익을 줬다고 볼 수 없다’며 행정종결 처리했다.
반면 “출장 때 손을 잡고 회식 자리 등에서 야한 농담을 했다”는 신고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손을 잡은 것은 진정인이 차 안에서 졸아서 터치를 하자 오히려 내 손을 잡아 달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또 “외모를 평가하고 사생활 관련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접수된 사건도 “술에 취해 기억 나지 않는다”는 가해자의 해명에도 징계가 내려졌다. 두 사건 모두 여자 근로감독관이 담당해 처리한 것들이다.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사건 처리 결과가 근로감독관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피해자인 여성의 처지를 감안해 가능한 여성 근로감독관이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도록 지침을 내렸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가해자가 성희롱을 부인한 70건을 ▲과태료 부과나 징계 등 시정조치 한 경우 ▲피해자의 진정 취하나 합의 등으로 사건이 종결된 경우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또는 각하 처리한 경우로 나눠 분석했더니 근로감독관 성별에 따라 처리 결과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맡은 39건 가운데 41%는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종결 처리됐다. 과태료 부과·징계 등 처분을 내린 것은 30.8%였고 피해자의 진정 취하나 합의 등으로 행정종결된 경우도 28.2%였다.
이에 비해 여성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맡은 31건 중에서는 과태료 부과·징계 등 처분을 내린 것이 41.9%로 가장 많았다. 증거 불충분 등으로 문제 없음 판정을 내린 것은 32.3%로 남성 근로감독관보다 8.7% 적었다. 피해자의 진정 취하나 합의로 종결된 경우도 25.8%로 남성 근로감독관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이는 여성 감독관이 남성 감독관보다 상대적으로 피해자 처지를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 의원은 “여성 감독관이 처리한 사건에서 과태료 처분 등 적극적인 조치가 많이 나왔다는 것은 어떤 관점과 태로로 성희롱 사건을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여전히 절반 이상을 남자 감독관이 처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부에 신고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151건에서 지난해 249건으로 60%나 늘었다.
그러나 과태료 처분을 내린 것은 많지 않아 지난해 33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23건은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에 내려진 것이고, 성희롱 금지나 조치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은 10건뿐이어서 성희롱 사건 처리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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