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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구자준 한국배구연맹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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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05 21:27:06 수정 : 2013-11-27 10: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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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프로야구(1982년), 프로축구(1983년), 프로농구(1997년)에 이어 한국 프로스포츠의 막내 격인 프로배구가 어느덧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프로배구가 태동은 가장 늦었으나 약진을 거듭하며 겨울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프로배구는 이를 바탕으로 이번 시즌에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맹 관리구단이었던 드림식스가 새 주인 우리카드의 품에 안겼다. 인수전에 참여했던 러시앤캐시도 신생팀을 창단하면서 제7구단 체제를 갖추는 등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프로배구 출범 10주년을 맞아 구자준(63)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를 만나 프로배구의 발전 방향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어떻게 지내시는지. 요즘에도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가.


“마라톤은 접었다. 조깅으로 대신하고 있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산에는 자주 간다. 최근 네팔에서 있었던 산악인 박영석 대장 추모제에도 갔다왔다. 올해가 박영석 대장 2주기인데, 그 친구 비석을 제가 세워놓고 그동안 가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다녀왔다. 제가 원정대장으로 가기도 했었고, 박 대장 조난 당시에도 베이스캠프에 같이 있다가 돌아오는 도중에 사고가 났다.”

―박 대장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LIG손해보험 부사장을 맡았을 때 박 대장과 히말라야 등반을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10여 차례 다녀온 듯하다. 2011년 사고 난 뒤로는 원정은 가지 않고 트레킹 정도만 다니고 있다. 이제 남극과 북극에 가는 일만 남았다.”

―한국배구연맹 총재직을 맡은 지도 벌써 1년이 돼 간다. 재임 기간이 짧음에도 우리카드의 드림식스 인수, 러시앤캐시 창단 등 굵직한 일들을 많이 해냈다.

“벌써 그렇게 됐나. 공석이던 총재직을 제가 수락할 때 남은 임기가 1년 반 정도였다. 그동안 뭘 할 수 있겠나 했는데, 열심히 뛰다 보니 성과가 나온 듯하다. 총재직을 수락하면서 내걸었던 공약이 드림식스 인수건과 7구단 창단을 약속했는데, 1년도 안돼 모두 해결했다. 열심히 뛴 덕도 있지만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임기가 내년 6월까지인데, 연임할 생각은 있는지.

“아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봉사하는 자리이고 상당히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자리다. 제가 현재로는 LIG손해보험 배구단의 구단주와 그룹 고문만 맡고 있어 시간이 많아 총재직 수행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그때 가서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다면 미련 없이 떠날 생각이다.”

―드림식스 인수기업 찾기는 가장 큰 숙제였을 텐데, 우리카드 인수 과정에서 인수포기 논란 등 잡음이 많이 나왔다.

“우리카드 수뇌부가 바뀌면서 잠깐 동안 논란이 있었다. 1년에 50억원 이상을 써야 하는 사업이니 그런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우리카드 새 경영진이 홍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은 배구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러시앤캐시가 왜 7구단을 창단했겠나. 지난해에 드림식스의 네이밍스폰서를 해보니 광고 효과가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에 신생구단을 창단한 것 아닌가. 우리카드도 1년 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2013∼14시즌이 V-리그 출범 10주년이다. 지난 10년간 파이는 커졌다. 이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프로배구는 특정구단의 우승 독식이 배구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데.

“지난해 연패에 빠졌던 KEPCO를 위해 드래프트 1순위 순번을 주고, 7구단으로 창단한 러시앤캐시에도 대학교 3학년 선수들을 드래프트에 참여시켜 좋은 선수를 데려가게 했다. 자유계약선수(FA) 기간도 줄이고, 보상제도와 보호선수 등 제도적 장벽을 줄여 팀 간 이적을 활발하게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제 임기엔 몰라도 다음 임기엔 좀 더 치열한 순위싸움이 벌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 프로배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외국인 선수의 기량에 따라 우승팀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야구나 축구는 용병 도입이 토종 선수들의 기량 향상으로 이어졌는데, 배구는 그 반대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각 구단이 KOVO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속사정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표면적으론 규정에 다 맞추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구단의 자율에 맡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배구팬들도 용병이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 저해된다로 많이 갈릴 것이다. 사실 용병 없이 우리 선수들로만 리그를 치르면 국제대회에 나가면 더 약해질 것이다. 그나마 프로배구에서 용병과 같이 경기하면서 좀 더 익숙해지는 측면도 있다. 용병 의존을 이겨나가야 우리 배구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용병도 잘하는 선수들을 규정 이상의 돈을 주고 사왔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지난해 레오와 까메호의 이름값만 놓고 보면 까메호가 위였지만, 레오가 삼성화재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용병을 어떻게 쓰느냐도 감독과 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V-리그는 현재 TV 시청률에서 겨울스포츠 라이벌인 농구를 앞지르고 중계권료도 원년에 3억원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3년 100억으로 늘어났다. NH농협과의 메인타이틀 스폰서 체결도 7년째로 한국 프로스포츠 최장 기간 타이이다. 프로배구의 시장성과 향후 발전 가능성은 어떤가.

“역사를 돌이켜봐도 배구의 인기가 좋다가 농구에 밀렸다가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관중이 늘고 시청률이 올라가려면 국제대회 성적도 좋아야 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 비인기 종목은 돈 내고 중계하는데, 프로배구는 돈을 받으며 중계하고 있느니 발전한 것이라 생각한다. 연간 33억원을 받으며 중계하는데, 우리도 그만큼 보답해야 한다. NH 농협에서도 프로배구 스폰서하면서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 배구하면 농협이 따라붙으니 배구팀이 있는 줄 알 정도로 홍보 효과가 좋다. 비용 대비 스폰서 효과가 최고라고들 하더라. 이제는 컵대회와 올스타전은 NH농협이 아닌 다른 기업에서도 스폰서 요청이 있을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

―V-리그에서 각 팀들의 연고도시가 무려 10군데나 된다. 수원과 인천, 대전을 제외하면 남자팀들과 여자팀들이 저마다 연고도시를 두고 있다. 지역연고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연고지 정착이 안 된 것은 사실이다. 배구를 안정되게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지자체에서 먼저 찾아와 프로배구단을 유치해야 하는데 아직 그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다. 현대캐피탈(천안)과 삼성화재(대전)는 자리를 잡았다.” 

―현장에서는 정규리그 30경기가 너무 적다는 의견이 나온다. 홈경기를 고작 15경기밖에 치르지 않아 광고나 스폰서들을 상대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들 한다. 선수 보호 차원이라는 명분도 좋지만 경기수가 더 늘어나야 모기업들도 더욱 투자 동기가 생기고, 배구 열기를 오랫동안 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구라는 게 야구처럼 매일 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게임 수를 하루아침에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월요일과 금요일을 휴식일로 하고 있는데, 그날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사회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묘수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가 대체적으로 그렇지만, 프로의 인기에 비해 아마추어는 인프라가 열악하고 유망주의 출현 빈도도 떨어져간다. 어릴 때부터 이기기 위한 배구를 하다 보니 기초가 부족해 프로에 와서 기본기부터 다시 다져야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배구가 내실을 다지기 위해선 기본부터 잘돼 있어야 한다. 프로만 잘나가는 것으로는 지속이 되지 않는다. 유소년 때부터 기초를 다져야 한다. 야구나 축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는데 배구는 키가 있어야 하다 보니 시작이 좀 늦다. 신체조건은 외국 선수들에 비해 뒤질 수밖에 없으니 기술로 메워야 한다. 그럴수록 어릴 때부터 시작해 기초를 다져야 한다. 일본이 그런 경우다. 지난 한·일 슈퍼매치에서 우리나라 남녀팀 모두 일본에 패했다. 신체조건도 뒤지지 않는데 왜 졌을까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 숙련이 돼 있지 않은 때문이다. 우리나라 배구는 국가대표를 모아 놓으면 잘하지만, 전체적인 수준 자체는 처진다. 초·중·고 배구팀이 많아져서 선수층이 두꺼워져야 한다.”

―배구팬들과 배구인들에게 어떤 총재로 기억되고 싶은가.

“큰 욕심은 없다. 배구 발전을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 정도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프로배구 총재 이력을 다른곳에 사용할 것도 아닌 데다 한국배구연맹이 이권단체도 아니다. 배구를 위해서 총재직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더불어 투명하고 공정한 총재, 예외나 특혜를 주는 일이 없었던 총재로 기억되고 싶다.”

정리=남정훈, 사진=김범준 기자 che@segye.com, 대담=유해길 체육부장 

 
■구자준 한국배구연맹 총재 약력

▲1950년 3월5일 경남 진양 출생 ▲경기고, 미국 캔자스주립대, 미주리주립대 수료,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미국 보험전문대학 TCI (The College of Insurance) 수료 ▲1987 ∼ 1993년 금성사 이사 ▲1994 ∼ 1999년 LG정밀 부사장 ▲1999 ∼ 2000년 LG화재 부사장 ▲2000 ∼ 2002년 럭키생명 대표이사 사장 ▲2002 ∼ 2005년 LG화재 대표이사 사장 ▲2005 ∼ 2008년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부회장 ▲2009년 1월 ∼ 2013년 6월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회장 ▲2013년 6월 ∼ 현재 LIG손해보험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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