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이 처형당하기 전 김정은과 자신의 아내인 김경희 면담을 애원했으나 묵살당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8일 보도했다.
또 이 방송은 장성택이 측근인 리룡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의 목숨만은 살려 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복수의 북한 간부 소식통의 말을 빌어 "장성택이 '모든 직책과 명예를 다 내려놓겠다'며 김정은에게 백기투항했으나 측근은 물론이고 자신의 목숨조차 건지지 못했다"고 했다.
최근 RFA와 연락이 닿은 북한의 한 간부는 "장성택의 처형엔 우리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며 "장성택이 왜 그렇게 전격적으로 잔인하게 처형당했는지를 놓고 중앙당 내부도 몹시 뒤숭숭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장성택이 처형되기 전 노동당 중앙위 과장급 간부를 만나 어느 정도 사연을 들었다"라는 이 간부는 "당시 중앙당 과장도 장성택이 처형되리라곤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룡하 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체포된 후 장성택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아내인 김경희에게 개별적으로 만나 줄 것을 매일 같이 요청했다"며 "이 사실은 웬만한 중앙 간부들은 다 알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간부소식통은 자강도 당 행정부 간부의 말을 인용해 "리룡하와 장수길이 체포된 후 장성택은 그들에 대한 법적인 처벌은 인정했지만 사형은 완강히 반대했다"고 알렸다. .
이 소식통 역시 장성택이 "모든 직위와 명예를 다 내려놓겠으니 부하들에 대한 처형만은 막아달라고 간청하면서 매우 중대한 사안이 있으니 꼭 만나 줄 것을 김정은과 김경희에게 요구했다"고 확인했다.
이어 "장성택이 김정은과 김경희를 직접 만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자들이 장성택 요구를 묵살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장성택이 죽기 전까지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빠르게 알려지며 간부들 사이에 큰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또 "이것을 볼 때 장성택은 자신을 제거하고 권력을 차지하려는 간신들의 모함에 걸려 변명할 틈도 없이 전격적으로 처형됐다는 것이 중간급 간부들의 전반적인 생각이다"고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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