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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울산, 동북아 오일허브로 만든다

입력 : 2014-03-12 20:04:56 수정 : 2014-03-12 23: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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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민자 2조원 유치… 3660만배럴 석유저장기지 건설
물류·금융서비스 인프라도 갖춰… 싱가포르 능가하는 거래 중심지로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는 미국 뉴욕보다 작은 진흙탕 땅덩어리에 불과했다.

천연자원은 없는 데다 허울뿐인 항구는 물동량 소화조차 버거울 정도로 시설이 형편없었다. 이 섬나라는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당시 세계 언론들이 비관적으로 내다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부 주도로 주룽 지역에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등 경제성장에 총력을 다한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강소국으로 발전했다.

주룽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와 저장시설이 구축된 것은 1980년대 말의 일이다.

당시 싱가포르 정부는 원유 생산지인 중동과 동북 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여건을 활용한 아시아 석유 물류 중심기지를 구축한다는 목표 아래 획기적인 규제완화와 유인책을 내놓았다.

이에 힘입어 석유기업과 트레이더, 탱크 터미널 운영회사, 가격평가사, 투자·선박회사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10년 만에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걸프만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ARA)와 어깨를 견주는 세계 3대 오일허브로 성장,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한국 차례다. 동북 아시아를 무대로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오일허브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동북아 오일허브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2조원의 민간자금을 유치해 울산과 전남 여수에 3660만배럴의 석유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 터미널을 건설하고, 여기서 석유를 정제·가공·저장·수출해 국제적인 석유거래 중심지로 키운다는 구상이 그 골자이다.

산업부는 덧붙여 석유거래에 필수인 물류·금융 서비스 인프라까지 갖춰 ‘에너지+금융 허브’로 거듭난다는 2단계 시나리오를 선보였다.

전 정부부터 시작된 상업용 저장시설 확보계획은 순항 중이다. 여수 시설은 지난해 3월부터 상업운영에 들어갔고, 북항과 남항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울산 시설은 2020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여수와 울산에서 3660만배럴의 저장시설을 확보하고, 한국석유공사가 운영 중인 정부 석유비축 시설을 민간에 대여해 2000만배럴을 추가하면 5220만배럴 규모인 싱가포르를 앞지를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계산이다. 이를 통해 2020년 이후 석유제품의 중계가공 수출이 250억달러 이상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처럼 석유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석유거래와 관련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한편 거래 주역인 트레이더에 싱가포르 수준 이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유치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방안이 세제혜택이다.

정부는 석유 트레이더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면 첫 5년 동안은 법인세(최고세율 22%)를 면제하고, 이후 2년은 절반을 감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제지원을 통해 트레이더를 유치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을 10%로 적용 중이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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