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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예기찮은 독이 될까?'

287명이 실종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이틀째인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 일명 '카카오톡 생존자 명단'이 돌고 있다.

지난 16일 밤부터 이날 오후까지 "살아 있다"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송된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대화, SNS에 오른 글 속에 등장하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이름을 정리한 것이다.

이날 역시 한 학부모가 '생존 학생들이 많다'는 내용의 카카오톡을 지인으로부터 받는 등 여객선안에 생존자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10여 건의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날아들고 있다.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최○○이라고 하는데 저 살아 있어요. 2학년9반이구요, 식당 안쪽에 있어요'라며 자신의 이름과 갇혀 있는 장소까지 밝히고 있다.

'애들 많이 살아 있어요. 도와 주세요. 배터리가 별로 없어요, 믿어 주세요. 물이 별로 안찼어요. 이거 보시는 분 제발 알려주세요. 애들 많이 살아있어요, 14명 정도 같아요'라며 본인 이외에 더 많은 생존자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은 더 자세하다.

게시글은 이날 오전 11시21분께 2학년 2반 학생 한모(17)양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글에서 한양은 '제발 이것 좀 전해주세요. 저희 식당과 객실에 6명이 있어요. 휴대전화도 안 되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나요. 빨리 구조해 주세요'라며 호소하고 있다.

위성을 통해 글을 올린 장소까지 정확히 진도 앞 바다 사고 지점 인근으로 확인될 만큼 신빙성도 높아 '자녀들이 살아 있다'는 가족들의 기대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아예 메시지 내용에 등장한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 명단까지 만들었다. 자신의 아이가 일명 '카카오톡 생존자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고 함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반면에 '카카오톡 명단'에 자녀가 포함되지 않은 학부모들은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카카오톡 명단'은 이미 생존자 명단처럼 인식되거나 그 만큼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경 등 구조 당국은 이 같은 메시지와 글의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다. 사실일 경우 다수의 탑승객이 밀폐된 공간 안에 생존해 있는 셈이어서 구조자는 더욱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메시지의 발신인이 분명하지 않은 탓에 정확한 신원 확인과 위치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톡 명단'에 실종자 가족들의 희비가 갈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정부와 해경 등은 "구조작업이 늦어져 살아 있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산소 공급만 제때 했어도 아이들이 살 수 있었다"는 가족들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생존자 명단'이 가족들과 정부의 희망이 될지 독이 될지, 여객선이 침몰한 지 30시간이 넘어서는 등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편 탑승인원 475명 중 사망자는 총 9명으로 늘어났으며 실종자는 288명, 생존자는 178명으로 집계됐다. 시신은 모두 목포 한국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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