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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사무실 퇴거·보조금 회수"
진보교육감 "교원단체 지위 인정"
법원이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라고 판정하면서 교육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보수정권의 교육부와 진보교육감이 장악한 교육청이 사사건건 부닥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당장 각 시·도교육청이 노조 지위를 근거로 전교조에 지원해오던 각종 혜택을 중단토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 반면 진보교육감 진영은 교원단체로서 전교조의 실체를 인정하고 기존대로 대우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양측의 충돌에다 보수·진보성향 교육·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교육현장에서 파란이 일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노조로 판결 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 한 남성이 들어서고 있다.
김범준 기자
교육부는 이날 판결 직후 전교조에 대해 ‘노조로서의 권리 박탈과 지원혜택 중단’을 골자로 한 후속 조치를 발빠르게 내놨다. 먼저 전국 17개 시·도에서 활동 중인 노조전임자 72명에 대해 다음달 3일까지 복직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시 직권면직이나 징계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또 시·도교육감은 교육청이 임대료를 지불하거나 무상 사용토록 한 전교조 지부 사무실을 퇴거토록 하고, 교부된 보조금도 회수토록 했다. 아울러 전교조와 진행 중인 단체교섭 중지 및 재정지원을 비롯해 이미 체결된 단체협약의 효력 상실, 각종 위원회의 전교조 관계자 배제 등의 조치로 전교조 무력화에 나섰다. 전교조가 합법노조로서 보호받았던 권리를 모두 박탈키로 한 것이다. 최종심의 판단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전교조는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교섭 요구를 거부하거나 노조활동을 방해, 탄압하더라도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와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할 수 없다. 노동조합이라는 명칭도 공식적으로 쓰기 어려워진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판결에도 불구하고 진보 교육감들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감 당선인 상견례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보 교육감들. 왼쪽부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당선자.
세계일보 자료사진
교육부 김성기 학교정책관은 “그동안 전교조가 누렸던 권리와 혜택은 모두 법의 보호를 받는 노조여서 가능했으나 이제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 만큼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는 23일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국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후속조치 이행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보수성향의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법치주의 국가인 만큼 인정문제를 떠나 법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며 “법적 근거에 따라 지원했던 각종 혜택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13개 시·도 진보교육감 진영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앞서 ‘법외노조 철회 판결’을 요청하는 공동 탄원서를 법원에 내기도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등 진보교육감 진영은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현장에서 땀 흘리는 선생님들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이번 결정이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전교조가 노조 지위를 잃었지만 교원단체로서의 실체를 인정하고 합당한 조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진보교육감의 좌장 격인 재선의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지난해 (법외노조 문제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해보니 교원단체로서의 지위까지 상실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돼 거기에 맞는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노조전임자는 법률적으로 전임을 인정하기 어려워져 복귀시킬 수밖에 없다 해도, 교육발전과 교원복지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교원단체로서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사무실 지원 등은 유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무실 지원 중단 등 교육부의 지침에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희연 당선자 측은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다른 (진보) 교육감들과 보조를 맞추겠다”며 공동 대응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처럼 전교조를 바라보는 교육당국 간 시각차가 극명히 갈리면서 교육계와 학교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벌써부터 보수·진보 학부모·시민단체에서 법원 판결에 대한 찬반성명을 내놓는 등 갈등이 일고 있다.

특히 서남수 교육부장관 후임으로 내정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반전교조’ 보수인사여서 전교조 출신만 8명에 달하는 진보교육감들과 대립할 여지가 적잖다. 김 후보자는 언론인터뷰에서 “전교조가 순수성을 잃고 정치세력화한 게 문제이고 법외노조화를 자초했다”며, 전교조에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장휘국 교육감은 “6만명가량의 교사가 참여하고 있는 교원단체를 부정하고 법외노조라고 무시한다면 교단이 엄청 혼란스럽고 교사들도 매우 불안해할 것”이라며 “교육계의 안정을 위해 교원단체로서의 (전교조) 지위를 보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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