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나름대로 치열하게 세상과 대면”

문학평론가 정홍수(51·사진)씨가 두 번째 평론집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 빛’(문학동네)을 펴냈다. ‘소설의 고독’에 이어 6년 만이다. 황석영 박완서 이청준 김원일 같은 원로급 소설가에서부터 한강 김연수 권여선 공선옥 조해진 등 중견과 신예에 이르기까지 작금 한국 문단의 주요 작가들 작품이 두루 그의 시선에 잡혔다.
그는 “이들의 분투를 옆에서 증언하고 옹호하는 일이 즐거웠다”면서 “사실 한국문학의 역사가 길지 않은데 서사가 부족한 것 같지는 않고 긴 호흡으로 지켜보면 한강의 ‘소년이 온다’나 성석제의 ‘투명인간’ 같은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 자신이 ‘강’ 출판사를 차려 오랫동안 편집자로서도 작가들을 지켜본 믿음으로 보건대 “기다리면 써낸다”고 호언했다. 정홍수는 서문에서 “나는 지금 우리 시대의 문학이 가난해지는 길을 생각해 보고 있다”면서 “무능의 수긍과 인간 진실의 보상”을 그 태도로 제시했다.

동료 평론가 황종연은 “그의 비평은 놀랍도록 다감하고 겸손하고 자애로운 태도로 작품과 대화하며 문학이라는 이름의 윤리적 미학적 의식에 대한 헌사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실제로 정홍수의 평문들은 설익은 서구 이론을 도구 삼아 재단하기보다는 텍스트 속에 깊이 들어가 작가와 더불어 의미를 건져 올리는 편이다. 그는 “문학은 나에게 대학시절부터 실존적 차원의 자의식이었다”면서 “학생운동조차 문학으로 보였던 마지막 문학주의자인지도 모르겠는데 그거밖에 없으니 겸손하고 다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론집 제목은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 ‘카페 뤼미에르’에 삽입된 노래 “흔들리는 사이로 언뜻 보이는 푸른빛/ 흘러가버린 게 누구였더라/ 기쁨과 외로움이 하나가 되는…”에서 따왔다. 언뜻 보이는 ‘푸른빛’이야말로 개념화할 수 없는 언어들, 문학이 찾고 있는 그 무엇이라는 말이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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