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의존 집값 부양 정책 탓…젊은 세대 내집 장만 꿈 못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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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한국 집값의 PIR는 전국 평균 4.8배, 서울은 8.8배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집값 5분위 중 중간 가격인 3분위 집값을 소득 5분위 중 중위소득인 3분위 연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고소득층이라고 해서 나을 건 없다. 가격 상위 20%인 5분위 서울 집값을 소득 상위 20%인 5분위 연소득으로 나누면 PIR는 9.5배로 더 높아진다. 주로 서울 강남에 밀집한 고가의 아파트는 고소득자들의 시장인 만큼 그들 역시 소득으로만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엔 인간정주위원회(HABITAT)는 적정 PIR 수준을 3.0∼5.0배로 권고하고 있다. 세계적 주택시장 조사연구기관인 퍼포먼스 어번 플래닝(Performance Urban Planning)은 3.0배 이하를 ‘집 구입이 가능한’(Affordable) 수준으로 평가한다. 3.1∼4.0배는 집 사기에 ‘좀 부담스러운’(Moderately Unaffordable), 4.1∼5.0배는 ‘꽤 버거운’(Seriously Unaffordable), 5.1배 이상은 ‘매우 어려운’(Severely Unaffordable) 수준으로 본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은 웬만한 고소득 가구도 감당이 안 될 만큼 높은 상태다.
좀 빠졌다고는 하나 서울 집값이 여전히 높은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품붕괴 과정을 거친 선진국과 달리 가계 빚에 의존한 집값 부양 정책이 지속된 영향이 컸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급증했고 젊은 세대는 집 살 희망조차 포기하고 있다. 2007년 말 327조5000억원이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531조원으로 62%(203조5000억원) 늘었다. 저금리 기조에서 엄청난 빚이 집값을 아슬아슬하게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생산인구 감소, 가계소득 정체, 저성장기조 정착 등으로 집값은 더 오르기 어려운 상황에 들어섰다”며 “거품은 꺼질 것이고 공짜로 먹은 점심값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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