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매년 10% 내외 증가로 수정
“20만명 숫자 어떻게 나왔는지 몰라” 교육부는 2004년 당시 외국인 유치 정책을 도입하면서 해외 인적자원 개발과 교육의 국제화를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유학·연수 관련 무역수지 개선의 목적도 있었다. 당시 국내에서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은 18만7000여명이었지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이보다 훨씬 적은 1만6000여명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했다.
대책 시행 이후 외국인 유학생 수는 다소 늘어났다. 유학생은 늘었지만 이로 인한 한계와 문제점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양적인 증가를 뒷받침할 대학의 인프라 부족과 국내 학생 위주의 교육체계가 문제점으로 불거졌다. 대학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
꾸준히 증가하던 외국인 유학생은 2011년 이후 점차 줄고 있다. 단순히 외국인 유학생 수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과 전문성, 학위의 연계 등 유학생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수반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 4일 외국인 유학생들이 ‘2015 KT 드림스쿨 상반기 글로벌 멘토링’ 오리엔테이션에서 봉사활동 계획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급기야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2년 ‘스터디 코리아 2020’이 발표됐다. 스터디 코리아 2020은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명 유치에 목표를 뒀다. 2012년 당시 8만6878명에 불과한 외국인 유학생을 8년 안에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 전문가들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유학생은 해마다 줄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이 계획은 공식석상에서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교육부는 올해 업무 계획에서 이 계획을 슬그머니 수정했다. 올해 외국인 유학생을 8만9000명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9만8000명, 2017년에는 10만8000명 등 해마다 10% 내외로 늘리겠다는 방안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유학생 증가 추세에 따라 20만명이라는 목표가 반영됐으나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이나 중국 등 주변 국가의 성장 등으로 지금은 20만명 유치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유학생 유치를 늘린다는 기조에는 변화가 없으나 현재의 상황에 맞게 목표가 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유학생 유치 정책 역시 ‘급한 불 끄기’ 성격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부가 최근 2019년까지 지방대에 외국인 유학생 3만명을 유치하겠다고 한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이 단지 대학의 생존 전략으로 추진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지방대를 육성하기 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아닌 학령인구 감소로 구조조정 대상이 된 지방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을 빈자리에 채워넣겠다는 것인데, 실효성도 의문이지만 실현이 되더라도 단발적인 형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마저도 유학생 유치 부분을 따로 사업을 빼 예산을 책정한 것이 아니라 지방대육성화사업에 포함시킨 것이어서 ‘알아서 살 길을 찾으라’고 한 것”이라며 “정부 스스로 지방대 육성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교육 당국은 유학생 유치를 추진하면서 국내 대학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 지속적인 유학생 유치 방안 수립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학생이 없으니 유학생을 늘리고 보자는 ‘땜질식 처방’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차원에서 정부는 적극적인 유치 의지를 가지고 중장기적인 종합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연구원은 “많은 나라들이 유학생 유치에 뛰어들면서 유치 확대가 점차 쉽지 않을 것이다”며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그동안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유치 방안에 대학 교육의 질적 제고 방안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학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필수적이다. 정창윤 국립국제교육원 연구사는 “어학연수에서 학사과정으로 단순한 과정뿐 아니라 다양한 커리큘럼이 지원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대학들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사는 “현재 중국·동남아 출신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의 유학생까지 유치 대상에 포함해 국적을 다양화해야 하고, 교육 콘텐츠를 보강해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한 가을 학기제 등의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