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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日과 진정한 이웃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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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22 21:32:56 수정 : 2015-09-22 21: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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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감정적 대응이 日우경화 빌미
‘과거사 청산’ 정부 믿고 일임해야
지난 19일 0시10분에 재개된 일본 국회 참의원 본회의에서 안보법안, 즉 집단자위권법이 148대 90으로 가결됐다. 전쟁을 포기한 헌법 9조에 위배된다는 야당과 시민의 줄기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베정권의 의도대로 법안이 성립된 것이다. 안보법안의 핵심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진 점이다. 집단적 자위권의 발동에 따라 동맹국이 위험할 때 일본의 자위대가 국제 전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이러한 행보에는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개발, 중국의 군사력 증대 및 영토분쟁,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방위에 대한 협력 요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은 주변의 국제 정세가 크게 달라진 데 따른 대외 전쟁 수행 능력을 확보한 셈이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일본학회 회장
일본인에게 일본을 침략할 가능성이 큰 나라를 물으면 북한, 남한, 중국의 순서로 대답한다. 인접국가에 대한 불신이 안보전략 수립, 즉 우경화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당분간은 일본의 야당과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겠지만 아베 정권은 내친김에 헌법 개정까지 시도할 것이고, 이미 성립된 법제는 곧 기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적인 반응은 거꾸로 그들을 자극해 혐한(嫌韓)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한편으로 우경화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지난 5월 한국과 일본의 언론사가 공동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85%, 일본인의 73%가 상대국을 신뢰할 수 없는 나라로 평가했다. 그간 우리는 일본 정부를 향해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계속 요구해왔다. 일본의 사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은 4%인 데 반해 일본인은 76%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차이를 초래한 배경에는 지금의 일본인은 과거사 책임 세대의 2, 3대 후손인 관계로 자신들은 과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 결과 8월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담화문에서 “더 이상은 사과 책임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불행했던 과거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해 온 한국의 평화 전략이 역효과를 거뒀다면, 앞으로 취해야 할 전략은 어떤 것인가. 이제까지는 과거사에 초점을 맞춰 반성과 책임을 촉구해 왔다. 우리가 일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수동적 전략으로 일관해 온 사이에 일본은 역방향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대외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주변 강대국의 군비 확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평화 유지를 위한 대일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한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이제는 과거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맞춘 대일 평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외교는 안보로 직결된다. 정부는 대북 전략 외에 독자적이며 지속적인 범정부 차원의 대외 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제 정세가 급박하던 구한말에 강대국의 변화를 따라 우왕좌왕하다가 무기력하게 나라를 잃었던 이른바 ‘새우 외교’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이제까지 한국은 정부를 제쳐 두고 국민이 먼저 일본 정부를 공격하다가 일본 국민과의 반목을 초래했다. 국민의 생각이 정부를 움직이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인접국 국민과 평화 의식을 공유하는 일이며, 상호 신뢰를 쌓는 일이다. 그러한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대내적으로는 파벌 이기주의와 다른 견해에 대한 비방을 지양하고, 우리 민족과 문화의 다양성을 아우르고 포용하는 성숙한 사회가 돼야 하겠다. 그러한 변화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높이고 대외 신인도와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를 향한 과거사 관련 창구는 정부에 일임해야 한다. 국민이 앞장서야 할 일은 일본을 향한 정치적 외침이 아니고, 일본 국민과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 이해와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각각의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평화적 기반을 다지는 일이어야 한다.

이덕봉 동덕여대 명예교수·전 한국일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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