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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당찬 여고생들의 '무한 도전'…소녀상 세우다

입력 : 2015-11-03 19:33:40 수정 : 2015-11-03 23: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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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거짓 역사 바로잡고 싶었어요"
이화여고 윤소정·권영서양 1년간 ‘무한 도전’ 결실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 세워
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 일본의 거짓된 역사를 바로잡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이 소녀상은 건립 아이디어부터 기금 마련, 부지 선정까지 전 과정을 고등학생들이 주도했다.

‘고등학생이 만드는 평화의 소녀상’ 프로젝트를 추진한 윤소정(왼쪽), 권영서양이 2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안에 설치한 메시지 게시판 앞에서 직접 제작한 기념 손수건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소정양 제공
“무모한 도전인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사실 지금도 실감이 안 나요.”

소녀상 건립에 참여한 윤소정·권영서(18·이화여고 2)양은 소녀상 건립식이 열리기 직전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지난 1년간의 건립운동 과정을 설명했다.

권양이 직접 소녀상을 세워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 교내 역사동아리에서 활동하던 권양이 여름방학 때 현장답사로 수요집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권양은 “위안부라는 말은 국사시간에 배워서 알고 있지만, 직접 위안부 할머니들을 보고 나니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며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우리 손으로 직접 소녀상을 세우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만드는 평화의 소녀상’ 프로젝트를 추진한 이화여고 권영서(왼쪽)·윤소정양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같은 해 11월 이화여고 학생회가 동참하면서 소녀상 건립계획에 탄력이 붙었다. ‘고등학생이 함께 만드는 평화의 소녀상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직접 제작한 배지를 팔아 기금을 마련했다. 배지의 디자인은 교내 만화동아리 친구가 도왔다. 학생회장인 윤양은 서울지역 다른 고등학교 학생회에 동참을 호소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윤양은 “그냥 공부나 하라는 어른들의 핀잔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학교 선생님들이나 부모님 모두 저희를 믿어주셨다”며 “전국 53개 고등학교, 1만600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프로젝트에 동참, 배지 제작비 등 지출을 빼고도 2100만원이 모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녀상을 세울 부지를 확보하는 문제가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소녀상 건립 시점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문제까지 고민하던 중, 다행히도 작은형제회가 운영하는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부지를 제공해 주기로 했다.

권양은 “수십 군데를 찾아다니면서 ‘제발 소녀상 세울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는데 번번이 거절만 당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며 “작은형제회 측에 여러 통의 손편지를 보낸 정성 때문인지 아니면 막무가내로 애원하는 저희가 안쓰러웠는지 결국 허락해 주셨다”고 회상했다.

몇 달 뒤면 고3이 되는 윤양과 권양은 이제 학생 본연의 신분으로 돌아가 그간 소홀했던 학업에 열중할 계획이다.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고 싶은 마음만큼은 접지 않을 생각이다.

“이제 수요집회는 방학 때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빨리 대학생이 돼서 대학생단체인 평화나비네트워크에 가입해 계속 할머니들의 손을 잡아드리고 싶어요.”(윤양)

“저는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에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도 학생들이 직접 역사문제에 동참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가 돼주고 싶어요.”(권양)

건립식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어른들도 하기 쉽지 않은 일을 고등학생들이 해준 데 대해 정말 기특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편협한 의식이 평화의 소녀상 건립으로 변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립식에는 고등학생 학생 250여명과 김선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김서경 조각가 등이 참석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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