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조문 행렬 민주화의 ‘거목’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22일 서거하자 정치권은 여야 없이 “민주주의의 큰 별이 졌다”고 애도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주요 인사는 이날 예정된 정치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
새누리당 김무성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을 한 뒤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8시35분쯤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고인 빈소를 찾아 “대통령 재임 중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한 위대한 개혁 업적을 만드신 불세출의 영웅”이라고 회고했다. YS의 대통령 재임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김 대표는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다. 고인 가시는 길을 정성 다해 모시겠다”고 상주를 자처했다. 김 대표는 YS의 영정사진 앞에서 흐느끼며 절을 올린 뒤 YS 차남 김현철 고려대 연구교수를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유가족과 함께 문상객을 맞으며 저녁 늦게까지 빈소를 지켰다.
YS의 비서실장과 YS정부 정무장관 등을 지낸 서청원 최고위원도 빈소를 찾았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저의 정치적 대부”라며 “대한민국의 큰 별이 가셨다. 애통스럽다”고 말했다. 김영삼대통령 기념사업회장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가장 먼저 빈소를 방문해 “며칠 전 김 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뵈었다. 김 전 대통령과의 기억이 산더미처럼 많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
황교안 국무총리(오른쪽)가 국무위원들과 함께 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이인제 최고위원,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도 빈소에 들렀다. 고인의 정치적 기반이었던 부산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후 7시쯤 단체로 조문했다. 고건·이수성 전 총리, 권영해 전 안기부장, 유종하 전 외교부 장관 등 김영삼정부 시절 고위직 출신 인사들도 고인을 기렸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무위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현지에서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우리나라 민주화의 최선봉장이었던 이 시대의 영웅을 잃은 슬픔을 무엇에 비견하리오”이라고 밝혔다.
|
김종필 전 총리(왼쪽)가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민한 뒤 김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야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강원도 방문 일정 등을 취소하고 오전 11시쯤 빈소를 찾았다. 문 대표는 “민주화운동을 이끄셨던 김 전 대통령이 떠나신 것이 너무 아쉽다”며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신과 철학을 우리가 다시 기리고 계승할 때”라고 애도했다. 문 대표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경남중·고 후배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오후에 조문을 와서 “통합과 화합을 위한 정치로 국민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받는 정치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던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자신의 생일인 이날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께서는 정치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담대한 용기를 우리에게 가르쳐주셨다”고 회고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조문했다.
여야는 김 전 대통령 영결식을 오는 26일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거행하기로 해 같은 날 예정된 국회 본회의 일정은 오전 10시로 당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10시30분쯤에는 조문객이 3200명을 넘어섰다. 빈소 좌우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졌고 국군의장대가 빈소를 지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가계 인사들의 조화는 복도를 넘어 장례식장 바깥까지 놓여졌다.
박영준·이도형 기자
yj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