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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익 악화·사업 중단… 난파선된 ‘空空기관’

입력 : 2015-11-23 19:00:26 수정 : 2015-11-23 2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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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기관장 공백 속출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기관장 자리가 비는 공공기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비상·대행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나 파행적인 경영 공백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직원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이나 경영목표 등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낙하산으로 꽂힐 후임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영부실에 따른 피해는 국민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기 마련이다.

23일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수장 공백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시장형 에너지 공기업들이다.

현재 사장 임기가 끝났거나 사장이 없는 곳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등 5곳이고, 한국전력(12월16일)도 사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중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중부발전은 지난 6월 경영평가 최하등급 등 이유로, 남부발전은 내부비리 등 이유로 사장이 사퇴한 뒤 공석이다. 석유공사의 경우 사장 임기가 지난 8월 끝났지만 후임자 선정이 안 돼 전임 사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어 ‘식물 사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사장 임기가 끝난 동서발전도 사정이 비슷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석유공사의 경우 상반기 매출액 1조522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5160억원이 감소한 118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공기업들의 기관장 후속 인사가 총선 낙마자를 배려하기 위해 늦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공천 탈락자를 배려하기 위해 기관장 인사를 늦추고 있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퍼져 있다”며 “책임지는 수장이 없는 회사 사업이 잘 될 리 없지만, 낙하산 인사가 수장이 되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6월 이후 경영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시설안전공단은 그간 새롭게 조직을 만들거나,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중요 업무가 모두 중단됐다. 당장 내달 진행될 경남 진주혁신도시 이전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만 진주로 이전하고 나머지는 경기 일산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이원화 체제가 불가피한 지경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최광 전 이사장이 인사파동으로 물러난 직후 기획이사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되고 있지만 회사 분위기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내년에 5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의 투자 방향 설정 등 해야 할 일이 수두룩한데 기관장 공석으로 업무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올해 서울에서 전주로 본사를 옮겨왔는데 직원들이 서울 출장도 쉽게 못 가는 분위기”라며 “연말 송년회도 제대로 못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지난 8월 조철구 원장의 사퇴 후 최창운 방사선의학연구소장이 의학원을, 노우철 진료부장이 원자력병원을 각각 이끄는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차기 원장 선출은 여태껏 감감소식이다. 조 전 원장이 수년째 지속된 병원 적자와 경영 정상화 추진을 둘러싸고 내·외부와 마찰을 빚다 끝내 사퇴한 마당에 이런 위기를 해결할 차기 원장 선임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기관장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게 의학원 안팎의 전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올해 말 재단법인에서 법령에 의한 특수법인으로 변경돼 지난 7월 말 전임 원장 퇴임 이후 임기 4개월짜리 원장을 뽑을 수 없어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김선동 이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이달 초 사퇴하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관장의 총선 출마설이 도는 공공기관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기관장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공직자 사퇴시한인 내년 1월 14일 이전에 기관장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출마설이 나오는 국토교통부 산하 A기관의 한 직원은 “기관장도, 우리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묻지도 답하지도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편집국 종합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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