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수장 12곳 공석...신규사업 추진 등 올스톱...선거 앞두고 또 사퇴 거론...연말·연초엔 20곳 빌 듯
한국시설안전공단은 5개월째 이사장이 없는 직무대행 체제다. 장기창 전 이사장이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저점인 E등급을 받은 뒤 자진사퇴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직무대행 체제의 법적 한계 탓에 공단의 신규 사업 추진은 사실상 ‘올 스톱’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중부발전도 오랜 경영공백 상태에 빠져있다.
세계일보가 정부 부처 산하 316개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한 결과, 23일 현재 12곳이 기관장 공석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이 3곳으로 가장 많았고, 법무부와 복지부 산하기관 각 2곳,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문화체육부·미래부·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이 각 1곳이었다. 기관장의 공백이 가장 긴 곳은 시설안전공단으로 154일이었다. 광물자원공사와 중부발전은 각각 151일이었고, 정부 법무공단도 126일에 달했다.
오랜 수장 부재의 여파로 이들 공공기관은 신사업 추진이나 장기 사업계획 수립 등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작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공백 현상이 갈수록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공공기관의 장들은 조만간 자진사퇴할 가능성이 크고, 임기 만료를 앞둔 기관장들도 있다. 관가 안팎에서는 연말이나 연초 기관장 자리가 비는 공공기관이 20곳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총선 후보군으로는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김석기 공항공사 사장, 김성조 한국체육대학 총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박완수 인천국제공항 사장,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이다. 여기에 공기업 맏형격인 한국전력의 조환익 사장은 12월6일 임기가 끝난다. 박근혜정부 들어 공공기관장의 장기공백 사태는 고질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5월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운용된 17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관장 재임 상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박근혜정부 공공기관장의 공석 사태가 가장 심각했다. 이명박정부 5년간은 평균 64개 기관에서 41일간 기관장이 공석이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집권 2년차인 2014년까지 평균 72개 공공기관에서 56일간 기관장 공백 상태였다. 박근혜정부 초기 인사 지연으로 공공기관장들이 무더기 공석 사태를 빚은 영향이 가장 컸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장 인사는 총선 출마에 따른 공석 사태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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