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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탈린에 지원 요청 ‘김일성 서신’ 발견

관련이슈 극비문서로 본 6·25전쟁 비사

입력 : 2015-12-16 19:53:50 수정 : 2015-12-17 11: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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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러시아어로 직접 쓰고 서명
6·25 개전 직후인 7월8일 작성
“軍 고문단 25∼35명 급파” 내용
기습침공을 통해 일거에 남한을 점령하겠다던 김일성이 6·25전쟁 발발 직후 미군의 참전이 시작되자마자 소련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에게 다급하게 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서신이 발견됐다.

‘개전 이후 스탈린에게 보낸 김일성의 친필 서신이 존재하며, 이는 소련의 6·25 개입을 입증하고 있다’는 정도의 내용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보낸 서신의 구체적인 내용과 발송시기 등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16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김일성 친필 서신은 러시아어로 쓰여졌으며, 1950년 7월8일 작성됐다. 서신의 첫 문장은 스탈린이 북한에 제공한 원조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는 내용이다.

김일성은 앞서 6월30일 테렌티 시티코프 주북한 소련대사를 통해 스탈린에게 각종 군사 무기류를 북한에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서신 내용으로 미뤄볼 때 김일성의 요청을 스탈린이 수락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감사 인사를 마친 김일성은 새로운 원조도 요청하고 있다. 김일성은 “소련군 군사고문단을 우선 25∼35명 정도 급파해 달라. 북한군이 현대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군사기술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서신은 급히 씌어진 듯 두서가 없고 상대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됐다. 서신 말미에 서명은 ‘김일성’이라고 한글로 적혔다.

김일성은 7월5일 일본에서 급파된 미 제24보병사단 예하 ‘스미스 부대’와의 최초의 교전 이후 미군의 참전소식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개전 이전 김일성은 스탈린과의 면담과 서신 등을 통해 “전쟁 발발 시 미국은 남한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참전하려 해도 북한 공격과 동시에 남한 내부 봉기가 일어날 것이어서 미국이 개입할 시간적 여유는 없을 것”이라며 1개월 내 적화통일을 장담했었다. 1999년 미 플로리다주립대의 케스린 웨더즈비 교수는 ‘다시 본 한국전쟁’이라는 글에서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49년 초부터 50년 초까지 ‘남조선 적화’를 자신하며 남침 승인을 무려 48차례나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6·25는 김일성이 기획하고 스탈린이 배후에서 조종한 전쟁이었다. 김일성이 직접 서명해 1950년 7월8일 스탈린에게 보낸 서신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군사편찬연구소 제공
이 서신 어디에도 이러한 자신감은 찾을 수 없었다. 이처럼 서신은 김일성이 어느 정도로 스탈린에게 의지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서신을 발굴한 군사편찬연구소 남보람 연구원은 “서신 내용은 미군 참전으로 한국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공산진영이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맥아더 사령관이 준비도 안 된 스미스 부대를 보내 피해만 입었다는 일각의 주장들은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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