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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마르소를 닮은 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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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14 22:01:32 수정 : 2016-03-14 22: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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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뚜르 마르띠악 4대손 에두아르 크레스만 방한 인터뷰

1980년대 책받침 여배우 3인방을 기억하는가. 브룩 쉴즈와 피비 케이츠 그리고 소피 마르소다. 그중에 한 명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소피 마르소다. 깊고 푸른 눈망울, 새벽 이슬을 머금은 장미같은 그녀의 매력은 헐리우드 배우에게서 전혀 찾을 수 없는 신비스런 매력이 있다.  에바 그린, 마리옹 꼬뜨아루, 레아 세이두가 그렇다.

샤토 라뚜르 마르띠악 레이블 디자인
샤토 라뚜르 마르띠악(Chateau Latour Martillac). 프랑스 보르도 그라브(Graves)의 페삭 레오낭(Pessac Leognan)이 고향인 이 와인은 한 모금 마시자 마자 소피 마르소를 떠올리기 충분했다. 때로는 청초하면서 때로는 관능적인. 10대때 가슴을 뛰게 만든. 그래서 이 와인은 나를 다시 설레게 한다.
 
샤토 라뚜르 마르띠악 더블매그넘을 들고 포즈를 취한 에두아르 크레스만
그라브의 16개 그랑크뤼중 하나인 마르띠악. 이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크레스만(Kressmann) 패밀리의  4대손 에두아르 크레스만(Edouard Kressmann·33)을 인터뷰한 것은 그래서 행운이다. 그를 10일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 코너스톤에서  와인수입사 서울와인스피릿 관계자들과 함께 그라브 그랑크뤼를 집중 들여다 봤다. 
 
샤토 라뚜르 마르띠악 와이너리 전경
샤토 라뚜르 마르띠악은 1953년에 그라브의 1등급 와인으로 지정된 AOC와인이다. 1986년부터는 세컨드 와인인 라그라브 마르띠악(Lagrave Martillac)을 1990년부터는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마르띠악의 역사는 1800년대로 거슬로 올라간다. 커피 무역을 하던 에두아르 크레스만(Edouard Kressmann)은 1871년 와인 무역으로 사업을 넓히면서 특히 화이트 포도 품종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된다. 그는 뛰어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곳중 특별한 퀄리티가 있는 포도밭을 찾아 나섰고 결국 1884년  세미용 품종이 식재된  페삭 레오낭 지역의 특별한 와이너리를 찾아 내게 된다. 그의 장남인 알프레드(Alfred)는 이 와이너리를 매입했는데 바로 샤토 라뚜르 마르띠악이다. 마르띠악의 가장 오래된 포도밭에는 아직도 에두아르가 아끼던 1884년에 식재된 포도 나무가 남아 있다고 한다.
 
샤토 라뚜르 마르띠악 소유주 크레스만 일가의 형제 트리스탄과 로이크
와이너리를 인수한 알프레드는 그의 알들 장(Jean)과 함께 레드 품종을 키우는 빈야드를 시작한다. 특히 이들은 골드 샌디 컬러의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마르띠악만의 고급스런 레이블을 만들어 1934년 첫 빈티지를 장식하게 된다. 이들의 레드 와인은 1936년 영국 조지 6세의 대관식 연회에  선택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현재는 장의 두 아들 트리스탄(Tristan)과 로이크(Loic)가 힘을 합쳐 와이너리를 경영하고 있고 로이크 아들인 4대손 에두아르가 크레스만 가업을 잇고 있다.

샤토 라뚜르 마르띠악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전문가들
마르띠악이 추구하는 와인은 파인니스(Fineness)와 엘레강스다. 너무 몸집이 크거나 강건한 와인보다는 우아하면서도 여운이 길고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스타일의 와인을 추구한다. 에두아르씨는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사람과 나눌수 있는 와인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날 에두아르씨와 함께 마르띠악 와인들을 빈티지 별로 버티컬 테이스팅을 했다. 마르띠악 블랑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2년 빈티지를 시음했는데 향부터 매우 독특하다. 처음에는 광물성 석유냄새 같은 패트롤(Petrol)로 시작된다. 아마도 진흙토양과 라임스톤(석회암)으로 이뤄진 미네랄이 굉장히 풍부한 그라브 떼루아의 특징때문으로 여겨진다.

시간이 흐르면 점점 시트러스 계열의 시큼한 레몬 향이 올라온다.  입안에 침이 잔뜩 고이면서 식욕을 부르는 화이트 와인이다. 세미용 50%, 소비뇽 블랑 47%, 무스까델 3%를 블렌딩했다. 블렌딩 비율은 매년 기후의 영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샤토 라뚜르 마르띠악 블랑 2012
마르띠악 블랑은 소비뇽블랑 비중이 높은 보르도와 달리 세미용 비중이 높다. 세미용은 오일리하면서 미네랄이 풍부해 표현력이 매우 뛰어난 독특한 화이트 와인을 빚을 수 있다. 특히 마르띠악 블랑은 1884년에 식재한 세미용 포도 나무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자란 포도 나무 중 테이스팅해서 좋은 맛을 내는 포도 나무를 싱글빈야드로 옮겨다 심고 이 포도로 양조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견디면서 풍부하고 다양한 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샤토 라뚜르 마르띠악 루즈 2005
마르띠악 루즈는 카베르네 소비뇽 60%, 메를로 35%, 쁘띠 베르도 5%를 블렌딩한다. 역시 매년 기후에 따라 약간씩 다른 비율로 블렌딩한다. 30∼50%의 새 프랑스 오크배럴을 사용하며 15∼20개월 숙성시킨다.

2012 빈티지는 다양한 허브향이 굉장히 풍부하다. 마치 강원도 평창의 허브마을에 놀러온 느낌이다. 마치 10대때의 청순한 소피 마르소를 보는 듯하다. 모카와 감초와 제비꽃향도 느껴지며 꽈리고추 같은 스파이시함과 후추향도 올라온다. 탄닌은 아직 단단한 영한 와인으로 숙성이 필요해 보인다.

2010 빈티지는 2년 차이 밖에 안되지만 2012 빈티지에 비해 긴장감은 옅어지고 훨씬 안정화된 느낌을 준다.좀더 진한 향과 맛을 보여주는 농밀한 와인으로 과실향이 매우 우아하게 피어난다.

2005 빈티지는 컬트와인의 인상이 강렬하다. 화장품이 향이 코에서 강렬하게 느껴지는데 산소와 접촉할수록 그 향은 매우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농익은 여성의 느낌으로 변한다. 이어 과일향은 천천히 올라오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농도는 더욱 짙어져 입안을 수많은 꽃다발과 검은 과실 향으로 가득 채운다. 2005년 그라브의 여름은 매우 덥고 건조해 그레이트 빈티지가 탄생했다. 풍부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탄닌, 좋은 피니시가 길게 이어진다.

1999 올드 빈티지는 정말 스페셜한 와인이다. 더블매그넘 와인을 2시간 디켄딩한 뒤 테이스팅했는데 완전히 열리기 까지는 잔에서도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인내력이 필요한 와인이다. 코끝에서는 두엄같은 구리구리한 향과  매니큐어를 지우는 아세톤향이 강렬하게 느껴지는데 결코 불쾌하지가 않다. 조금 더 산소와 접촉하면 그 향은 매우 풍성하면서 우아하다. 여자가 어떻게 나이들어야 하는지 정답을 보여주는 와인이다.

4번째 한국을 방문한다는 에두아르는 한국 와인 시장을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yt)’ 라고 표현했다. 매일 반병 정도를 마신다는 그는 “아직은 한국 와인 시장이 잠을 자고 있지만 점점 한국인들이 와인을 많이 마시고 있고 좋은 와인들도 마시기 시작하기 때문에 조만간 깨어날 잠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치나 생선찜과는 마르띠악 블랑을, 바베큐, 수육찜, 갈비찜과는 마르띠악 루즈를 추천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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