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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군이 정의당 김종대를 주시하는 이유는

입력 : 2016-05-07 13:19:26 수정 : 2016-05-07 17: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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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자
지난달 13일 실시된 20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사람들 중 정의당 김종대(51) 국회의원 당선자만큼 언론과 군의 관심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진보 진영에서 보기 드문 안보전문가로서 지난 몇 년 동안 국방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방송에 출연해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을 내놓고, 평상시에는 일간지와 잡지를 통해 안보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다. 여기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국가안보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더해지면서 군 당국도 쉽게 보지 못할 정도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이런 김 당선자가 20대 국회에 진출하자 군 당국은 김 당선자가 국회의원의 권한인 자료요구권을 통해 대정부 비판에 나설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 당선자 등장에 속앓이 하는 해군·방위사업청

총선 전에 ‘설마’하며 김 당선자의 20대 국회 입성을 주시하던 군은 최근 김 당선자의 일간지 기고문과 페이스북 글 등을 중심으로 분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주 강정 기지 건설 과정에서의 구상권 청구 문제로 강정마을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해군은 김 당선자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을 면밀히 검토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당선자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빼앗긴 강정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글에서 “지난달 강정마을에 가 보니 농사꾼인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의 34억원 구상권 청구에 공포에 질려있었다”며 17일 강정마을을 재차 방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군은 “법적 절차에 의한 것”이라면서도 강정마을 구상권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김 당선자와 가까운 한 인사는 “김 당선자도 제주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으로 안다. 청와대에서 국가안보를 다뤄본 사람이 안보적 필요성을 외면하겠는가”라면서도 “다만 주민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것은 지나치고 잘못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해군과 김 당선자간의 공방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방위사업청 전경

지난해 방위사업 비리로 홍역을 치른 방위사업청도 김 당선자가 변호사를 보좌진으로 채용하면서 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당선자는 과다한 해외 무기도입 사업이 국내 방위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군 전력 구조를 왜곡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여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안보 무능’을 드러내기 위해 차기전투기(F-X) 등 현 정부의 주요 무기도입 사업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김 당선자의 3대 키워드 ‘청주·친노·디펜스21+’

김 당선자가 안보 분야에서 진보 진영의 ‘슈퍼 스타’로 발돋움하게 된 원인은 그를 둘러싼 환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대 총선 당선인 자료에 따르면, 김 당선자는 1966년 11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였던 청주는 시대정신에 민감했다. 청주 인맥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청주고’다. 고교 평준화 전까지 청주 일대에서 수재라 평가받던 이들은 청주고로 몰렸다. 김 당선자도 청주고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청주고 출신 중 군인의 길을 선택한 사람도 적지 않았는데,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한민구 현 국방부 장관이다. 한 장관은 1970년 청주고를 졸업한 직후 1971년 육군사관학교 31기로 입학한다. 김 당선자와 한 장관은 청주고 동문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장관 취임 이전부터 교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가 김 당선자의 젊은 시절을 상징한다면 ‘친노’는 그의 정치 경력을 대표한다는 평가다. 김 당선자는 2001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지내던 시절 인연을 맺어 2002년 16대 대선까지 ‘안보 멘토’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더민주 내 친노 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김 당선자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이 때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 김희상 당시 국방보좌관(현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과 윤광웅‧김장수 국방부 장관, 안광찬 비상기획위원장, 남재준 육군참모총장 등이다. 김 보좌관은 김 당선자가 2007년 말 외교안보전문 월간지 ‘디앤디포커스’(디펜스21+)를 창간할 당시 고문을 맡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인 ‘국방개혁 2020’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군 내에서 엘리트라 평가받던 군 고위 인사들과 연을 맺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당선자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전 대표를 지원했던 김 당선자는 문 전 대표가 19대 국회에서 국방위원회를 선택한 이후 수시로 통화하며 국방 현안을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당선자와 가까운 한 인사는 “어느 날 만찬을 함께 하던 도중 김 당선자가 전화를 받으러 나갔는데, 내가 밥을 다 먹은 후에야 들어오더라. 누구와 통화했냐고 물으니 문 전 대표였다. 국방 현안을 놓고 문 전 대표가 의견을 구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2007년 말 공직 생활을 접고 외교안보전문 월간지 ‘디앤디포커스’를 창간한다. 후에 ‘디펜스21+’로 이름을 바꾼 이 잡지사를 통해 김 당선자는 국방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시각을 유지했다. 디펜스21+ 편집장으로서 방송에 출연해 안보 이슈를 분석하고 토론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김 당선자는 디펜스21+를 ‘사람 냄새 나는 언론’으로 만들기를 원했다. 디펜스21+의 고문과 자문위원은 학자와 예비역 군인 외에 브랜드 전문가, 기업인, 와인 칼럼니스트까지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김 당선자에게 또다른 인맥으로 작용했다. 특히 인터뷰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도 잘 관리했다.

김 당선자의 견해가 일간지와 방송, 잡지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디펜스21+에는 그의 뜻에 공감하는 젊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은 김 당선자와 함께 디펜스21+를 이끌어가며 국방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웠고, 이후 정치권과 재계, 언론계로 진출해 활동했다.

◆ “그의 손짓에 야권이 움직인다”

김 당선자의 움직임은 20대 국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과 군 안팎의 중론이다.

경제에 선거 초점이 맞춰지면서 20대 국회에서 안보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새누리당에서도 손꼽을 정도다. 따라서 김 당선자의 존재감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김 당선자의 언행에 두 야당이 움직일 것”이라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이라 하나 당선자들 중 안보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반면 정의당은 김 당선자를 확보하면서 안보에서 목소리를 높일 기반을 마련했다. 김 당선자가 지금은 정의당 소속이라 하나 그와 가까운 친노‧친문 그룹이 더민주의 주류인 점을 감안하면 더민주도 일정 부분은 김 당선자의 주장에 보조를 맞출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전경

실제로 김 당선자가 제주 해군기지 구상권 문제를 제기한 직후 지난 2일 더민주 제주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만나 구상권 청구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김 당선자는 20대 총선 전 정의당 당원들이 실시한 비례대표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당 규정에 따라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그는 총선 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방부 저격수’라는 호칭을 부담스러워하며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군과 쉽게 타협하지 않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철저히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그를 견제할 인물은 여권에도 없다. 군이 ‘김 당선자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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