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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법전 따르는 시늉만 하는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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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19 23:09:41 수정 : 2025-02-19 23: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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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 심판 과정 법률 해석·적용 논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이자 헌법재판관을 지낸 조대현 변호사는 18일 변론 도중 가방을 들고 나갔다. 조 변호사는 국회 측이 조지호 경찰청장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하자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반대신문으로 신빙성을 탄핵할 수 없는 조서를 증거로 조사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며 항의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증거 (채택) 결정은 이미 4차 기일에 이뤄졌다. 지금 이의신청하는 것은 기간을 놓친 것”이라며 기각했다.

 

당사자가 부인할 경우에도 검찰 신문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다는 헌재 입장은 헌재가 펴낸 ‘주석 헌법재판소법’과도 상반된다. 주석서는 “탄핵심판에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우선적으로 준용하도록 한 입법 취지, 피소추자를 공직에서 파면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절차라는 점, 피소추자의 절차적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하게 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1차적으로 형사소송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특히 증거조사절차와 증거법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적용함이 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혜진 사회부 차장

국회 대리인단을 이끄는 김이수 변호사는 재판관 시절 헌재법상 규정보다도 증거조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별개 의견을 내놨던 인물이다. 그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관련 위헌확인 사건에서 “피청구인의 방어권 보장과 정당보호를 위한 헌법정신에 비춰 적어도 정당해산심판의 서증조사 절차에서는 민사소송법상 공문서의 진정성립 추정에 관한 규정 대신, 형소법상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제한 규정을 준용해 증거능력의 인정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성리학적’ 정의관념에 의한 필요해석으로 결론을 도출한 뒤 법리를 구성하거나, 결론에 맞춰 법률의 준용 여부를 달리 판단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한 형소법 110조의 준용을 멋대로 배제한 영장전담판사가 앞선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판사 출신의 한 로스쿨 교수는 “대통령 관저가 현대판 소도냐”면서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군사상 비밀장소의 책임자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강경파인 김 차장을 구속해 승인권자를 바꿔 버리자는 것이다.

 

근대사법의 기초를 닦은 독일 법학자 사비니는 법률 해석의 네 가지 요소로 문리적, 논리적, 역사적, 체계적 해석을 제시했다. 법률조항의 문구가 담고 있는 말의 본래 의미를 넘어서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변질되는 해석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은 그중 하나다. 이는 법 해석에 판사의 자의가 개입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법학이라는 학문적 기술의 힘이 발달하지 않은 때에는 “재판은 겉으로 시늉만 법전을 따르고, 실제로는 법전 밖을 지배하고 있는, 사실상 국민 속에 있는 법원(法源)에 의해 행해진다”고 사비니는 말했다.

 

헌재와 법원이 보여주는 태도는 과연 이 지적에서 자유로운가. 법전을 따르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것은 혹시 아닌가.


장혜진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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