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견제역으로 韓 역할 설득
韓, 바이든 정부 때 대규모 투자
조선 등 협력관계 필요성 알려야
우리는 이른바 복합 안보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안보는 본래 국방 안전이 중심 개념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안보는 이미 특정 분야를 초월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됐다. 이로 인해 전 세계는 군사안보, 경제안보, 에너지 안보, 공급망 안보 등 상호 연쇄 반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 안보에 노출된 지 오래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선별적이기는 하지만 고립주의 색채의 ‘미국 우선주의’를 재가동하면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공언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미국 남부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불법 이민자 추방을 시작했고, 자신들과 자유무역협정(USMCA) 체결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25%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일단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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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직진 정책에 언제 타깃이 될지 모르는 우리도 당황스럽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유일 동맹국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당위적 국가이고, 미국이 타도 대상으로 삼는 중국 역시 한반도 군사·안보와 우리 대외 경제의 핵심 국가다. 여기에 북한발 위협까지 고려하면 한국은 국가의 모든 권력과 수단을 동원한 복합적 안보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국내 정국 불안만을 탓하기에는 국제정세 급변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일단 트럼프 2기의 대외 인식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책이 긴요하다.
우선, 군사·안보적 차원에서 트럼프 2기의 북핵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치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해 북핵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핵확산 금지조약(NPT)’ 체제의 ‘핵무기 보유국(nuclear weapon state)’과는 구분되지만, 한·미가 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CVID)’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핵 군축·동결이라는 스몰딜(small deal)의 부상 소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트럼프 2.0발 통상전쟁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 ‘관세’를 매개로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체제 재편에 시동을 거는 트럼피즘(Trumpism) 2.0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관세 무기화’를 내세운 트럼프발 전방위 무역 전쟁은 통상은 물론 비(非)무역 이슈 적용에 동맹국도 예외가 없다. 미국 내에서도 최종 관세 비용이 결국 미국 소비자 부담이라며 반발하고, 관련국들은 맞불 관세를 천명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른 정상 조치로 ‘대외수입청(ERS)’을 통해 거둬들인 관세를 미국민을 위해 쓰겠다며 물러설 기미가 없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한국적 전략 논리를 개발해 트럼프 행정부를 계속 설득해야 한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어떤 형식이든 북핵 용인은 핵보유국 지위 확보에 혈안이 돼 있는 북한의 손을 들어주는 것임을 이해시켜야 한다. 협상을 통해 북핵의 대미 위협이 감소한다고 해서 북핵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핵 있는 평화(nuclear peace)’에 그대로 노출된다. 또, 무임승차 논리에 맞서 자주방위 능력 확보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통상과 관련해서도 할 말이 있다.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최근 수년간 대미 투자를 대폭 확장했고, 미국은 한국의 첫째 투자대상국이 되었다. 특히 한국은 첨단분야의 생산 설비 투자나 공장 건설을 통해 양질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는 강력한 협력 국가이며, 한국 조선업은 미국 해군력 증강의 핵심임을 주지시켜야 한다.
또한 한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 견제나 대중국 압박, 북·러 밀착 및 중·러·북 동맹 구조를 압박하는 인·태 전략의 린치핀(linchpin)이다. 이 점에서 북핵에 대한 한·미 공조는 물론, 통상 분야에서의 쌍방향적이고 선별적인 협력 구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계속 납득시켜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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