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박 대통령이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낙천한 이들을 재기용하는 ‘친박(친박근혜) 재활용 인사’를 단행해 집권 후반기 국정개혁 동력으로 삼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강석훈 경제수석 발탁에 이어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로 내정해서다. 특히 김 수석과 조 후보자에 이어 새누리당 당권을 쥔 이정현 대표도 정무수석 출신이라 여권의 ‘정무수석 전성시대 ’가 열렸다는 얘기가 나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가운데)이 1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각 발표를 마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이번 인사로 여당엔 이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 지도부, 청와대엔 정무·경제·정책조정 수석 등 주요 포스트가 모두 친박 핵심 인사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번 개각 폭이 예상에 못 미치고 새 인물도 없어 회전문 인사 논란이 재연됐다는 점에서 국정 쇄신과 민심 수습 효과는 크지 않다는 관측이 따른다. 쇄신과는 거리가 먼 돌려막기 방식으로 장관 몇 자리를 바꾸는 ‘찔끔 개각’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장수 장관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그대로 유임됐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과 중국 등 주변국 반발 등으로 인한 외교수장 교체 여부가 관심을 끌었지만 윤 장관 교체는 없었다. 기존 외교기조를 그대로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권 일각의 전망과 야권의 교체 요구와는 달리 미래창조과학·법무·고용노동부 장관도 유임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부처 장관이 내부 기강을 다잡고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수행해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덕성 논란을 빚고 있는 우 수석에 대한 거취 발표도 없었다. 여권 일각에선 개각과 함께 우 수석이 물러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박 대통령이 신임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각종 의혹의 진위와 관계 없이 특별감찰을 받고 있는 우 수석이 개각을 위한 인사검증을 주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개각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국정 안정을 위해 개각 폭을 최소화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꼭 필요한 자리만 소폭 교체를 했다”고 말했다. 소폭 교체를 통해 내각의 안정화를 꾀하고 박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집중 배치함으로써 남은 임기 동안 국정과제 완수에 진력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차관급 인사에서도 이 같은 원칙이 반영됐다. 정만기 대통령 비서실 산업통상자원비서관과 정황근 농축산식품비서관이 각각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과 농촌진흥청장으로 임명됐다.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청와대 출신 관료를 일선 현장에 배치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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