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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단독 인터뷰] “연설문 수정, 신의로 한 일인데…국가 기밀인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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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27 05:02:17 수정 : 2016-10-27 11: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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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입 연 최순실… 일문일답 / 국민에 죄송… 죽고 싶다 / 팔선녀·자금특혜… 소설이다 / 건강악화… 당장 비행기 못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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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 도와준 인연’(박근혜 대통령), ‘대통령 비선 실세’, ‘대통령의 오장육부’ 등 극단적 평가를 받으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씨. 그가 26일(현지시간) 베일을 벗고 언론에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최씨는 이날 검은색 뿔테 안경과 스포츠 복장, 운동화 차림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나타났다. 독일 생활이 힘들었는지 눈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깔려 있었다. 박 대통령과 딸 정유라씨 얘기를 할 때에는 간간히 눈물을 쏟기도 했다.

취재팀은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최씨와 마주앉았다. 물어볼 말이 많았지만 최씨가 자주 흐느끼는 바람에 인터뷰가 이어지지 않고 자주 끊겼다. 최씨는 인터뷰에서 그동안 세간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했다. 박 대통령 연설문 유출건에 대해서는 일부 시인했지만 비선실세 연루설 등 대부분 의혹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아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개 숙인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에게 연설문 등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를 하기에 앞서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자료사진
◆대통령 연설문 유출관련

― 박 대통령이 연설문 유출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박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다. 나라만 생각한 분이 혼자 해보려고 하는데 안돼 너무 가슴 아프다. 대통령이 훌륭한 분이고, 나라만 위하는 분인데, 그런 분에게 심적으로 물의를 끼쳐드려 사과 드리고 싶다. 정말 잘못된 일이다. 죄송하다.”

― 구체적으로 대통령 연설문의 무엇을 어떻게 수정한 것인가.

“대선 당시인지 그 전인가 했다. 대통령을 오래 봐 왔으니 심정 표현을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드리게 됐다.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고백에 대해 도움을 줬다.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기밀인지도 몰랐다. (문제가 된다는 걸) 알았다면 손이나 댔겠느냐.” 

최순실 PC 저장 파일들 지난 24일 JTBC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국무회의 모두발언 등의 자료를 실제 연설 전에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최씨 사무실에 있던 태블릿 PC에 저장된 파일들을 공개한 방송화면.
JTBC 방송화면 캡처
― 지금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왜 그런 것을 가지고 사회 물의를 일으켰는지 박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 여러분들의 가슴을 아프게 해 정말 죄송하다. 제가 신의(信義)로 뭔가 도와주고 싶었고, 제가 무슨 국회의원이 되거나 권력을 잡고 싶은 게 아니었다.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기 짝이 없다. 너무 잘못됐다. 대통령에게 폐를 끼친 것은 정말 잘못했다. 신의 때문에 했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씨(대통령 왼쪽)가 1979년 6월 10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새마음제전 행사장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타파 홈페이지 캡처
◆국정개입 의혹 관련

― 청와대의 대통령(VIP) 자료를 받았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당선 직후 초기에는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 민간인이어서 그것이 국가기밀이나 국가기록인지 전혀 몰랐다.”

― 특히 당선자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면담 내용이나 외교안보 관련 문서 등도 봤다고 하는데.

“전혀 기억이 없다. 뭐가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국정농단 의혹에 휩싸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26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헤센주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 기자와 인터뷰 하고 있다. 최씨는 “청와대 자료 유출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께 마음의 상처를 주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사진은 본인의 요청으로 측면 얼굴만 촬영했다.
헤센=류영현 기자
―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대통령의 보고서를 매일 봤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말도 안된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지칭하는 듯)이다.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협박도 하고 5억(원)을 달라고 했다.”

― 청와대 정호성 비서관이 청와대 문서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저는 정 비서관이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만난 적이 없다.”

― 태블릿 PC를 통해 VIP보고서를 사전에 받아봤다는 주장도 있다.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지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 제가 그런 것을 버렸을 리도 없고, 그런 것을 버렸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제공한 지도 모른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인사개입 의혹

―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이나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을 통해 국정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는데.


“안 수석의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 그들도 나를 알지 못할 것이다. 김 차관의 경우 저와 연결하려는 ‘그림’인 것 같다. 한양대와 관련해 아는 사람이 없다.”

― 청와대 제2부속실 윤전추 행정관 인사 청탁 등 인사 개입 의혹도 제기되는데.

“나이와 연배도 달라 내가 전혀 추천이나 인사 청탁은 없었다. 이게(인사청탁 의혹) 전부 저를 엮어서… 사람이 살다보면 이렇게 알고 저렇게 알고 연관되는 것이다.”

― ‘팔선녀’라는 비선모임을 만들어 국정에 개입한다는데.

“처음 듣는 말이다. 팔선녀는 소설이다. 그와 같은 그룹을 만든 적도 없다.” 

◆미르 및 K스포츠재단 관련

― 미르 및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자금 지원 및 용역 특혜 등의 의혹이 제기돼 왔는데.


“절대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이 없다. 감사해보면 당장 나올 것을 가지고 (돈을) 유용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

― 차은택 이사나 가까운 사람들을 이용해 이들 재단 운영을 사실상 좌우한다는데.

“차씨와 가깝지도 않고 옛날 한번 인연이 있었을 뿐이다. 그 인연으로 나를 몰아붙이는 것 같다. 지금은 연락도 안한다. 저는 폐쇄적으로 살아왔다. 극히 폐쇄적으로 만난 사람들을 연계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왜 저하고 연관시키느냐.”

― K스포츠의 노숭일 부장, 박헌영 과장 등이 대신 역할을 한다는데.

“노 부장이나 박 과장의 이름은 들어서 안다. 본 적은 있다. 극히 제한된 사람만 본다.”

―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국장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폭로했는데.

“(이 전 사무국장은)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같이 일한 적도 없다. 저를 끼워 이슈를 만든 것 같다. 그 사람들 싸움에 왜 저를 끌어들이고 그런지 모르겠다.”

◆현재 생활

― 그간 독일에서 어떻게 지냈느냐. 건강은 어떤가.

“저는 오늘도 약을 먹고 죽을 수 있다.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지금 너무 지쳤다. 여기에서 우리가 살고자 했는데 여기까지 기자들이 와 우리를 범죄자로 만들어놨다.”

― 독일에서 어떻게 집을 구입했느냐. 여러 말들이 나온다.

“(정)유라 아버지(정윤회)도 떠나서(이혼해) 독일로 이주하려고 왔다. 딸이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고 최악의 상황에서 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를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논란을 제기하니까 더 이상 한국에 있을 수가 없어 장기 체류 목적으로 온 것이다. 집이 필요해 정식 절차를 거쳐 구입자금을 들여왔다. 집을 구할 때 36만 유로(약 4억5000만원)쯤 들었는데, 은행의 예금담보와 강원도 부동산을 담보로 해 서울에서 36만 유로를 만들어왔다. 집을 3, 4채로 부풀린 것은 완전히 오보다. 집을 두 채나 구입할 일도 없다.”

― 국내에서 빨리 들어오라는 여론도 있는데.

“현재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서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 더욱이 딸아이가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

헤센=류영현·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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