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개통 통제 망설이는 당국…강력대책 필요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규모가 총 1919억원(총 4만5748건)으로, 전년 대비 21.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기범 목소리’ 공개 등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홍보와 함께 대포통장 근절 노력 덕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신규 계좌를 개설하려면 신분증뿐 아니라 주민등록등본까지 지참해야 하며, 계좌 개설 목적 등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이처럼 계좌 개설이 까다로워지면서 대포통장 수도 대폭 줄었다.
지난해 적발된 대포통장 수는 총 4만6351개로 전년보다 19.1% 감소했다. 특히 의심거래 모니터링 강화, 신규 계좌 개설 시 심사 강화 등에 힘입어 은행권 대포통장 수가 1만955건이나 줄었다.
반면 휴대폰 개통에는 계좌 개설처럼 까다로운 통제가 들어가 있지 않다. 때문에 여전히 대포폰이 판을 치는 형국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보이스피싱에 필수적인 두 가지 도구가 대포통장과 대포폰”이라며 “이들의 뿌리를 잘라야 보이스피싱을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휴대폰은 별다른 신분 확인 없이 쉽게 개통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나 “은행이나 통신사가 스스로 찾아오는 고객을 거절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결국 정부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왜 신규 휴대폰 개통에는 신규 계좌 개설처럼 주민등록등본을 제시하라는 등 당국이 까다로운 통제를 가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위층도 대포폰이 필요한 탓”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정치가, 고위 관료 등 정부 고위층도 이런저런 이유로 대포폰을 자주 사용한다”며 “특히 정치가들이 대포폰을 쓰는 사례가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은 정치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기에 대포폰 근절을 위해 강한 대책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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