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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세상거울] 아이들은 사저 앞 경찰들이 신기할 뿐입니다

입력 : 2017-03-14 10:47:19 수정 : 2017-03-14 15: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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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저씨들이 되게 많아요!”

엄마 손을 붙잡은 한 여자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6~7세쯤으로 추정됐다. 딸의 손을 잡은 엄마 얼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처럼 보였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선릉로112길.

헌정 사상 초유의 ‘파면 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한 곳이다.

대통령이 어째서 집에 돌아왔는지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경찰 수십명이 도로를 메운 게 신기할 뿐이었다.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자기가 본 게 무엇인지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13일 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각.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어머, 안녕하세요~ 이제 아이 데리고 집에 가시나 봐요?”

조금 전, 딸의 손을 잡고 경찰들을 바라보던 엄마 앞에 평소 알고 지내온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학부모가 지나가며 인사했다.

박 전 대통령 사저 근처에는 삼릉초등학교와 언주중학교가 있다.

삼릉초등학교에서 내려와 사저가 있는 쪽으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약 2시간 동안 아이들과 학부모를 관찰했다. 엄마들은 저 멀리 보수단체 쪽에서 들려오는 욕설과 거친 말이 아이 귀에 들어가지 못하게 귀를 양손으로 대부분 덮었다.

“시끄럽네 정말…. 언제까지 이럴 건지 모르겠어.”

기자 옆으로 지나가던 한 학부모가 경찰과 대치 중인 보수단체를 보며 혼잣말을 했다.

삼릉초 앞의 언주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라던 세 남학생이 기자 옆을 지나갔다. 등을 떠밀며 친구가 먼저 경찰 물결로 들어가게 하던 중이었다. 호기심이 가득한 장난이었다.

경찰들을 지켜보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사진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중학생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표현하실 거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럴 계획까지는 아니었으나, 어쩐지 학생들의 질문이 당돌하면서도 귀여워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원래 반대쪽에서 와야 하는데, 경찰이 많아서 빙 돌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아침에도 몰린 인파 때문에 등교에 불편을 겪었다던 말이 들렸는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그런듯했다.
언주중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은 “원래 반대쪽에서 와야 하는데, 경찰이 많아서 빙 돌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몇 분간 머물던 남학생들이 떠나고, 경찰과 기자 그리고 보수단체와 인근 주민들로 섞인 물결에서 힘겹게 몸을 비집고 나온 여학생들이 투덜댔다. 마찬가지로 언주중 재학생이었다. 두 여학생은 “나오질 못하겠다”며 “내일은 이쪽으로 오지 말자”고 말한 뒤 서로에게 손을 흔들고는 사라졌다.

평소 조용하던 동네를 사람들이 가득 메우자 가까이 다가섰다가 이내 재미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등 돌려 가버리는 초등학생들이 계속해서 눈에 띄었다. 몇몇은 ‘용감하게’ 경찰 물결 속으로 사라져 반대쪽 고개로 넘어갔다.

삼릉초 녹색어머니회로 활동 중인 이모(40)씨는 이런 풍경들이 모두 안타깝기만 하다.

이씨는 “아이들 호기심이 많아서 (경찰 쪽으로) 가는 걸 막기 어렵다”며 “보호자가 와서 데려가는 저학년과 달리 고학년으로 갈수록 통제를 잘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어린 학생들이 박 전 대통령 사저 쪽으로 향하려 하자 “반대로 돌아가자”고 조심스레 아이들을 달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엄마가 돌아서 오지 말래요”라며 이씨의 손을 뿌리치기도 했다.

이씨는 “사저 앞길이 원래 통학로”라며 “막히니까 아이들이 빙 돌아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뒤로 박 전 대통령의 사저가 보인다.
오후 4시쯤 다시 사저 앞.

“여기 기자들이 있으면 뭐하는데!” / “내가 배운 건 없어도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네!”

“문재인은 절대로 안 된다!” / “빨갱이 언론들 다 없어져야 해, 이 XX들!”

격한 말이 보수단체 쪽에서 나오는 사이 오토바이를 가져온 한 남성은 동네가 울리도록 음악을 틀었다가 근처 주민의 불만이 접수됐다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는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었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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