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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서 20시간 넘게 떠돈 17세 소녀 시신 사진

입력 : 2019-07-23 20:32:29 수정 : 2019-07-23 20: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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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주서 20대 男에 피살… 추모 열기 확산

미국에서 면식범의 손에 숨진 17세 여학생의 시신 사진이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20시간 넘게 삭제되지 않고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최근 정해진 횟수 이상으로 음란물과 ‘사이버불링’(온라인 공간에서의 괴롭힘) 등 유해 게시물을 올리는 계정을 즉시 삭제하도록 하는 정책을 새로 내놨지만, 이번 사건으로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용자들, 시신 사진 퍼나르고 합성·편집도

 

23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유티카에 거주했던 비앙카 데빈스(17·여·사진)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퀸즈에서 열린 콘서트를 함께 보러 간 브랜든 클라크(21)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후 클라크는 데빈스의 시신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록밴드 할리우드 언데드의 히트곡 ‘블랙 캐딜락’의 가사를 인용해 “지옥이 온다, 이건 구원이야”라는 글을 적거나 데빈스의 시신 상반신을 흐릿하게 처리한 사진과 함께 “미안해 비앙카”라고 쓴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데빈스의 지인 또는 남자친구로 알려진 클라크는 경찰이 집에 들이닥쳤을 때 시신을 배경으로 ‘셀카’(Selfie)를 찍고 있었다고 한다.

 

문제의 사진들은 인스타그램 측이 클라크의 계정을 삭제할 때까지 20시간 이상 버젓이 노출됐고, 이용자들은 이를 잇따라 공유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스톤즈는 “부적절한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해 설계된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을 피하기 위해 시신 사진을 다른 사진 옆에 나란히 붙여 올리거나 사진 일부를 편집·합성해 올리는 이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시신 사진을 본 이용자들이 신고 버튼을 눌렀으나 인스타그램 약관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신고가 거절됐다고도 전했다. 클라크의 계정에 ‘사진을 보내달라’는 댓글을 달거나 패러디한 사진을 유료로 팔겠다는 이용자들도 있었다.

 

◆IT기업들 책임 소홀·시스템 상 허점 도마에

 

BBC는 데빈스의 시신 사진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널리 공유되면서 무고한 죽음이 남용됐다고 지적했다. 데빈스의 의붓어머니 케일리 니콜은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비앙카의 비극적인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역겹다”며 “눈을 감을 때도 그 사진들이 나를 괴롭힌다”는 글을 남겼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데빈스를 추모하는 뜻의 ‘핑크 포 비앙카’(#pinkforbianca) 해시태그가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글로벌 IT기업들의 책임 소홀과 이용자들의 저급한 윤리 의식 문제가 공분을 사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역시 “(시신 사진을 본) 일부 SNS 이용자들은 이를 ‘이색적인 광고’ 정도로 착각해 심각히 여기지 않았다”며 “우리는 살인 사건이 ‘바이럴’(viral)될 뿐만 아니라 가벼이 여겨지는 SNS 환경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지난 3월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격 테러 사건 이후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8개 IT기업과 뉴질랜드, 프랑스 등 17개국 정부는 SNS에 올라오는 폭력적 콘텐츠 차단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은 22일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횟수 이상으로 유해 게시물을 올리는 계정을 즉시 삭제토록 하는 ‘스트라이크 아웃’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에는 유해 게시물이 일정 비율을 초과해도 계정 비활성화 조치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알고리즘을 피해 유해 게시물을 올릴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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