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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속옷가게에 꼭 남자친구를 데려와야 하나요?”

입력 : 2019-07-28 07:00:00 수정 : 2019-07-31 19: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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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생각하십니까] “불편해”vs“상관 없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제공

#직장인 최모(32·여)씨는 얼마 전 서울에 있는 한 란제리(lingerie·여성용 속옷) 매장을 찾았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남성 몇 명이 눈에 띄었고, 이를 피해 2층으로 올라갔는데 또 다른 남성들과 마주한 것이다. 결국 최씨는 속옷을 고르는 척만 하다 매장을 그냥 나왔다고 한다. 그는 “민망하기도 하고, 속옷 취향이나 사이즈를 들키는 기분이라 찜찜했다”고 털어놨다.

 

여성용 속옷 가게 등 흔히 ‘금남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매장들에 남자친구나 남편을 데리고 오는 여성이 늘면서 최씨처럼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잖다. 외간 남자가 있는 데서 속옷을 고르는 게 민망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기념일 등에 커플끼리 서로 속옷을 선물하는 게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닌데, 일부가 불편하다고 해서 다른 이들의 행동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여성 대다수가 “속옷가게서 남성 본 적 있어”

 

27일 세계일보가 20∼40대 여성 18명에게 질문한 결과 1명을 제외한 전원이 “여성용 속옷 매장에서 남성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경험이 불편했는지를 물었더니 7명은 “불편했다”고, 11명은 “불편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다만 불편하지 않았다는 이들 중에서도 막상 남성이 있는 자리에서 속옷을 집어들진 못했다는 경우가 많았다. 불편하진 않았어도 민망하긴 했다는 뜻이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대학생 신모(22·여)씨는 “백화점에서 주로 속옷을 사는데, 요즘 들어 부쩍 남자친구나 남편을 데리고 오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전업주부 이모(45·여)씨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나 남한테 피해를 줘선 안 되는 것 아니냐”며 “나도 남편과 함께 백화점에 갈 때 속옷 가게에 들리면 편하지만 다른 분들이 불편할까봐 따로 시간을 내서 혼자 간다”고 강조했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모(32·여)씨는 “속옷 가게에서 남자친구를 데려온 사람들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커플이 나가길 기다렸다가 속옷을 사야해 조금 불편하다”고 전했다. 반면에 공무원 채모(26·여)씨나 대학생 박모(20·여)씨처럼 “속옷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한 것 같다”거나 “(불편하다는 이들이)지나치게 예민한 것”이라는 견해도 적잖다.

 

◆유튜버 급습도…남성들 “민망하긴 매한가지”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 같은 논쟁이 종종 벌어진다. 특히 유튜브에 ‘여자친구 속옷 골라주기’나 ‘남자가 여성용 속옷 매장 가보니’ 등의 콘텐츠가 올라오면 댓글창에서는 “속옷 사는데 뭐 하러 같이 가느냐”거나 “연애는 둘만의 공간에서 실컷 해라” 따위의 날선 반응이 간간이 섞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속옷 매장을 찾아간 유튜버를 두고 “민망한데 카메라까지 들이댄다”는 비판도 있다.

 

남성들 역시 민망하긴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여자친구가 속옷을 살 때 몇 번 따라가본 적이 있다는 이모(33)씨는 “솔직히 눈치도 보이고 민망해서 같이 가고 싶지 않지만 여자친구가 원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김모(31)씨는 “남성용 속옷도 함께 파는 매장이면 상관 없는데, 대표적인 여성 속옷 매장들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속옷 매장 관계자들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란제리 매장 직원은 “모든 남성을 출입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히려 남자친구와 함께 와서 즐겁게 쇼핑하는 분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른데 당연히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커플 코너를 별도로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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