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군사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미국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고위당국자들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익명으로 외신과 인터뷰에 나서 11월 22일까지 지소미아가 종료되지 않는 만큼 한·일 양측이 다시 협상에 나서기를 바란다는 뜻을 거듭 전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의 대처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는 일본이 그동안 제공해 온 북한 미사일 관련정보가 분석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한·미·일 동맹 측면에서 지소미아가 얽혀있는 만큼 협상재개에 나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 美 고위당국자 “한국이 생각을 바꾸기를 바라…北 대응에 핵심”
한 미국고위당국자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11월 22일까지 지소미아가 종료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한국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지소미아 종료가 청와대와 일본 내 인사들과 관련된 것이고 미국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며 “중국은 이 결과에 만족할 것”이라고 했다. 북·중·러를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중심의 동북아 안보진영의 균열을 우려한 것이다. 다른 당국자도 같은 기사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체결 이전 미국을 중간다리로 한 정보공유(TISA)가)위기 상황에서 꽤 번거롭고 매우 불편해 사실상 쓸모없었다”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위기상황에서 시간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도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것(지소미아 종료)은 양국 지도자 사이의 분쟁이고 그동안 양쪽 모두에 도움이 안 되는 선택들이 있었다”며 “우리가 지소미아 지속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우리가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해결에 (한국군의 25~26일)독도방어훈련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덧붙였다.
◆ 국방부 “지소미아 효용가치 높지 않아”, 김종대 “일본이 정보 안 줘”
이같이 미국 측이 북한의 위협을 들어 지소미아 재개를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그동안 일본과 지소미아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지소미아가 한일 간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측면에 있어 그렇게 효용가치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같은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일본과 정보공유를)주고 받지만 (군사정보)분석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28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 미사일의 발사 지점, 상승 속도, 궤도 등 정보를)원하는 대로 줬다”면서 “일본은 (미사일이)남태평양, 북태평양 저 멀리 날아가고 일본 영공 지나가는 거, (한반도 위기관리 안보태세를 유지하는데) 별 상관없는 정보를 줬다”고 말했다. 일본의 군사위성에 대해서도 “(북한미사일 관련 정보를) 안줬다”며 “두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한국을 못 믿겠다’, ‘자기네 기계 정보, 기술 정보가 노출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소미아 체결 후 한일 양국은 2016년 1건, 2017년 19건, 지난해 2건, 올해 7건, 총 29건의 군사 정보교류를 했다. 올해 북한 미사일 관련해 교환한 정보 7건은 모두 일본이 요청한 것들이었다.
◆ 지소미아 종료까지 남은 석달…“아베 부당한 조치 철회하면 지소미아 재검토”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11월 22일까지 약 석 달의 시간이 남은 만큼 협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소미아는 광복 이래 한·일 간 맺은 첫 번째 군사협정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구하는 동북아 안보전략차원의 상징적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11차 한미 간 방위비 협상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 고위당정청 회의에서 “(지소미아 종료 전)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의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국이 진정한 자세로 대화하길 바란다”고 지소미아 재개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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