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상청은 19일 정오를 기점으로 서울에 내려진 강풍주의보를 강풍경보로 격상했다. 서울에 강풍경보가 내려지는 것은 1999년 기상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을 포함해 인천, 경기 광명·과천·안산, 충남 당진·홍성, 경북 경주·포항, 전북 군산·김제, 강원 산지 등 전국 각지에도 강풍경보가 내려졌다. 울산,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에도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강풍주의보는 육상에서 풍속이 초속 14이거나 순간 풍속이 초속 20 이상으로 예상될 때, 강풍경보는 육상 풍속이 초속 21 이상이거나 순간 풍속이 초속 26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미시령에 초속 31.0m, 대관령에 27.7m의 강풍이 불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11시를 기해 서울에 내려진 강풍주의보를 해제했다.
태풍 수준의 강풍은 대기가 차가운 상태에서 지면이 따뜻해지면서 발생한 대기 불안정 상태와 중국 북부 곳곳에서 발달한 소규모 저기압의 영향이 크다. 중국 남부 쪽에서 남해상으로 지나는 이동성 고기압과 북한 쪽 저기압 사이에서 우리나라가 ‘샌드위치’ 신세가 되면서 강한 바람이 불게 된 것이다.

강풍으로 인해 전국의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선별진료소 1136동 가운데 241동(20.7%)이 철거되고, 745동(64.1%)은 단단히 결박 조치됐다.

전국 곳곳에서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시설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경기 용인에서는 길을 걷던 40대 남성이 강풍에 날아온 플라스틱에 얼굴을 맞아 병원에 옮겨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도 40대 여성이 강풍에 떨어진 유리창에 파편을 맞아 목을 다쳤다. 강원도 동해시 송정동에서는 주택 지붕이 약 30를 날아가 농사를 짓던 80대 집주인을 덮쳐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에서는 산불진화에 나섰던 소방헬기가 추락했다. 울산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15분쯤 산림청 양산 산림항공관리소 소속 헬기가 울주군 회야댐 근처 계곡으로 떨어졌다. 헬기는 산불 진압을 위해 회야댐에서 물을 담던 중 인접 산비탈에 추락한 뒤 저수지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헬기에는 현모(56) 기장과 최모(47) 부기장이 타고 있었으며, 현 기장은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최 부기장을 수색 중이다.

한편 건조 특보가 발효 중인 동해안과 경북 내륙을 포함한 지역에서는 화재·산불 등 사고도 이어졌다. 이날 새벽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서는 산불이 발생해 강풍으로 인한 대형 피해가 우려됐지만 5시간 만에 인명 피해 없이 진화됐다.
남혜정·이강진 기자, 울산=이보람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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