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점수 1점 가량 하락할 듯
등급 등 연쇄적으로 영향 전망
전문가 “논술형 문제 도입해야”

법원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오류를 인정하면서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수능 출제오류가 반복되면서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맞춰 29년 된 수능 제도도 손질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법원 판결로 이과 상위권 학생들을 시작으로 수험생들의 입시에 연쇄적인 파장이 불가피해졌다. 생명과학Ⅱ는 전체 응시생 44만8138명 가운데 6515명(1.5%)만 응시해 그 비중은 미미한 것처럼 보이지만, 과학탐구Ⅱ 과목 중에서는 응시생이 가장 많다. 특히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응시했다.
서울대, 카이스트 등은 과탐Ⅰ과 Ⅱ 과목을 반드시 응시해야 하고 생명과학Ⅱ을 특정해 가산점을 주는 의대도 있다. 입시업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69점보다 1점 정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상위권 수험생들이 떠안게 됐다.
전문가들은 수능 출제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문제출제 기관과 문항 검토 기관을 완벽하게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평가원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분리하지만, 같은 기관 소속 위원들끼리 문항을 살피는 터라 냉정하게 확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평가원이 교육부가 아닌 총리실 산하에 있어 교육부 감독 범위 밖이라는 점도 개선할 점으로 지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은 교육부 관할이지만 평가원은 총리실 산하여서 지도, 감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능의 생명이 다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객관식 문제로 정답을 정해 주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한 가지 답만 나오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다양성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데, 수능도 이에 맞춰 손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교육학)는 “객관식 20문제로 전국의 학생을 9등급으로 나누려다 보니 어려운 문제가 필요하게 됐고, 어려운 문제를 만들려다 보니 오류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수능을 두 차례로 나눠 치르고 부분점수를 줄 수 있는 논술형 문제가 도입된다면 이런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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