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무해한 익충…혐오스런 생김새로 민원 쇄도
장마로 번식환경 갖춰져 급증…자연소멸 가능성 추정

최근 서울 서북권과 경기 고양시 일대 등에서 일명 ‘러브버그’(사랑벌레)라고 불리는 벌레떼가 출몰해 시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벌레가 여태까지 우리나라에 서식한다고 보고된 적 없는 미기록종으로 파악됐다.
최근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러브버그를 채집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털파리과 플라시아속’에 속하는 종은 맞으나 미국 남부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플리시아 니악티카’와는 다른 종이며 계피우단털파리 등 국가생물종목록에 기록된 털파리류 12종도 아닌 ‘제3의 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러브버그에 대해 처음엔 플리시아 니악티카라는 추측이 나왔고 이후 계피우단털파리일 수 있다는 추정이 제기됐다.
미기록종이라고 해서 ‘새로 나타난 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간에도 국내 생태계에서 자생했는데 사람 눈에 띄지 않았을 수 있다. 국내에 털파리 전공자가 없어 털파리류 기록도 한동안 갱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관은 다른 나라에서 기록된 종과 비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정체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털파리류는 특성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번에 도심에 출몰한 러브버그도 수명이나 행태가 기존에 언론 등에 알려진 정도일 것으로 추측된다.

러브버그는 습한 곳에서 주로 서식하고 크기는 1cm 미만이다. 인체에 무해하고 진드기 박멸에 도움을 줘 해로운 벌레가 아니라 오히려 익충(益蟲)으로 분류된다. 애벌레의 경우 낙엽이나 동물의 똥을 분해하는 생태계 청소부 역할을 하고, 성충(成蟲)은 식물 번식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혐오스런 생김새와 번식력이 강해 지방자치단체에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은평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러브버그 관련 첫 민원이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15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베란다 방충망에 러브버그 수십마리가 붙어있어 혐오스럽다’, ‘아기랑 강아지가 혹시나 만지고 먹을까봐 창문을 열 수가 없다’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에 지자체는 수십명의 방역 요원 등을 투입하며 벌레 퇴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종로구, 강서구 등 각 자치구가 대대적인 소독에 나섰다. 수백명의 방역 요원이 투입해 주요 서식지인 가로화단 등에서 분무·연무 소독을 병행하고 있다. 서초구도 지난 7일 서초 모기보안관 117명과 함께 선제 방역에 나섰다.
러브버그는 털파리류 특성상 장마가 끝나고 날이 건조해지면 자연히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번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수컷과 암컷 모두 죽기 때문에 장마가 끝나기 전에도 소멸할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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