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은 아름다운 삶, 그 자체였다. 교파·계층 등 일체의 구분을 뛰어넘어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몫을 다했기에 ‘추기경’이라는 존재는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김 추기경은 1970∼80년대 격동의 시대에서 세상과 교회를 모두 돌보는 일이 녹록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국 천주교의 기틀을 다지는 굵직한 행사를 치러냈다. 1984년 한국 천주교 전래 200주년 기념행사, 1989년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등은 한국 가톨릭교회가 도약하는 계기를 만든 행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종교인이자 사회지도자로서 시대의 한복판에 섰던 김 추기경은 지난 정부 좌편향적 이념 경도를 우려하며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며 “나라의 전체적 흐름이 반미친북 쪽으로 가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이념적 혼란기에 민족의 좌표를 설정해준 고인의 공로는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업적이 아닐 수 없다. 김 추기경은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자신의 사목 표어처럼 ‘세상 속의 교회’를 지향했다. 종교인을 비롯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서로 위하고 대화하며 존중하는 생활로써 공생·공영·공의의 사회를 가꿔야 하겠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를 잃은 슬픔을 같이하면서 김 추기경의 숭고한 뜻이 이어져 평화세계가 도래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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