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경631조원이란 규모보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배율이다. 7.7로 비교 가능한 선진국보다 높다. 캐나다 3.5, 호주 5.9, 일본 6.4, 프랑스 6.7로 모두 7 밑이다. 자산 가치는 소득을 기반으로 형성된다는 점에서 GDP에 비해 너무 높게 형성된 국부는 위험해보인다. 버블이 끼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눈에 띄는 것이 부동산 특히 토지다. 토지는 전체 비금융자산의 52.2%를 차지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중이 월등히 크다. 2012년 기준 한국의 토지자산은 5604조8000억원으로 GDP의 4.1배에 달했다. 캐나다가 1.3배, 네덜란드가 1.6배, 일본·프랑스·호주가 2.4∼2.8배인 것과 비교하면 현격하게 높다. GDP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토지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GDP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이 높은 것은 이 같은 ‘토지쏠림 현상’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태형 한은 국민B/S팀장은 “GDP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이 높은 것은 토지자산 가액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버블 개연성에 대해 조 팀장은 “장기 시계열이 없어 버블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땅에 대한 집착이 높은 아시아권 국가들이 높은 편이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에 쏠린 국부
한국 국부의 특징은 비금융자산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그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가 핵심이다. 비금융자산 증감에서 거래요인이 아니라 보유손익 요인이 큰 이유다. 보유손익은 2006년 이후 비금융자산 증감의 64.9%를 차지했다. 땅에 돈이 몰리고 땅값이 오르면 국부도 증가하는 식이다. 자산 증감요인 중 보유손익 비중은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2006년 73.3%에서 2012년 57.4%로 떨어졌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이다.
이런 흐름에서 가계의 주요 자산인 주택(부속토지 포함) 시가총액도 2012년 말 3094조3000억원으로 GDP의 2.2배에 달했다. 이 배율은 2000년 말 1.6 수준이었으나 부동산 호황기를 거치며 2009년부터 2.2 수준으로 뛰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가계·비영리단체 순자산에서 비금융자산 비중은 78.2%로 일본(46.5%), 미국(35.3%)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자산이 부동산에 쏠리면서 금융자산 비중이 그만큼 작다는 얘기다. 정부의 토지자산 비중도 22%로 10% 선이거나 그 이하인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정부보다 훨씬 크다.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반법인도 비금융자산 비중이 65%로 선진국에 비해 높다.
◆네덜란드보다 많은 가계 순자산
1000조원대 빚이 가계를 짓누르는 상황인데, 국민대차대조표에서 추계한 4인 기준 가계 순자산은 제법 많다. 2012년말 57만1000달러로 2012년 구매력평가환율 달러당 847.93원을 적용하면 4억8449만원에 달한다. 미국 90만2000달러, 호주 81만8000달러, 일본 69만6000달러보다 적지만 네덜란드 56만6000달러보다는 많다.
이 같은 가계 순자산은 과거 통계와 적잖은 차이가 난다. 지난해 11월 중순 발표된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2013년 3월 가구 평균 순자산은 2억6738만원이었다.
전국 2만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였는데 당시 가구 평균 2.7명인 점을 감안해 4인 기준으로 환산한다 해도 3억9000만원 정도로 1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한은 관계자는 “가구 조사에선 거액 자산가가 누락되면서 그에 따른 오차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비중은 4.0%로 이스라엘 4.2%에 이어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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