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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중국의 밥 딜런 깎아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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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6 23:18:38 수정 : 2016-10-16 23: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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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여곡 지은 좡누 새롭게 조명
노벨상 수상 가능하다고 보도
문학상 이미 받아 자신감
공산당 통제 언론 제 역할 해야
올해 노벨문학상이 미국 포크 음악의 거장이자 ‘음유시인’ 밥 딜런에게 돌아가자 중국 문화계에서 작사가 좡누(庄奴)가 조명을 받고 있다. 3000여곡을 지은 좡누는 중국 현대 음악의 3대 작사가 중 한 명이다. 지난 11일 95세로 영면했다.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틀 전이었다. 그의 대표 작사 곡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에서 널리 알려진 ‘첨밀밀’(甛蜜蜜)이다. 하지만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첨밀밀을 부른 대만 출신 여성가수 덩리쥔(鄧麗君)은 모르는 이가 없지만 좡누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좡누는 말년 생활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다.

중국 펑파이신문의 자매 매체인 계면신문은 16일 “좡누가 지은 가사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깊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작사가의 문학 성취에 관심을 갖는 이가 거의 없다”며 “밥 딜런의 수상은 문화산업 발전이 경계를 초월해 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목소리는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 13일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 딜런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로 표현하며 딜런을 고대 그리스 시인인 호머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중국 매체의 좡누 조명은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한 노랫말을 쓴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좡누와 같은 작사가를 무시한다면 중국에서 딜런 같은 수상자가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물론 중국은 2012년 노벨문학상 작가 모옌(莫言)을 배출했기 때문에 노벨문학상을 학수고대하거나 조바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 모옌에 앞서 200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오싱젠(高行健)도 본래는 중국인이다. 반체제 인사인 가오싱젠은 프랑스로 망명한 뒤 프랑스 국적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10년 노벨평화상을 탄 류사오보(劉曉波) 역시 민주화운동을 하다 투옥된 반체제 인사다. 지난해에는 중국 최초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투유유 전통의학연구원 교수도 나왔다.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언론은 공산당원인 모옌과 투유유 교수의 수상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연결시키며 대서특필했다. 반면 가오싱젠, 류사오보 등의 수상 사실에는 침묵했다. 비판의 화살이 날아오면 중국의 체제분열을 꾀하려는 서구의 음모라는 주장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모옌조차도 노벨상 시상식에서 류샤오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딜런과 중국과의 인연을 보면 딜런 역시 중국에서는 모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밥 딜런과 중국의 인연은 2011년 4월 베이징, 상하이 공연이 유일하다. 당시 70세였던 딜런은 1960년대 반전과 평화의 상징곡이자 자신의 대표곡인 ‘블로인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를 부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실망스러운 딜런, 위선적인 공연을 하다니”, “반골 음유시인은 도대체 어디로 가 버렸나”란 비난이 빗발쳤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뉴욕타임스 여성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는 “1960년대 자유의 전사가 독재국가에서 검열받은 곡은 부른 뒤 돈만 잔뜩 챙겼다”고 힐난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하오팡이라는 음악평론가의 말을 인용해 2011년 중국 공연 당시 딜런은 인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팝의 여왕’ 마돈나, 영국 4인조 밴드 비틀스에 비해 대중성이 없었다는 평가다. 문학평론가인 베이징대 천샤오밍 교수는 농담조로 “나이 지긋한 심판관들이 딜런 세대여서 딜런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고 말했다.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좡누 같은 작사가들도 노벨상 후보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물론 좡누는 반전과 평화를 시적 가사로 호소한 젊은 시절 딜런의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의 가사는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일본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중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하루키의 무국적성에 기인한다. 한국문학도 세계로 뻗어나가야 할 때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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