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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행정처 비대·관료화”…대법, 盧정부때도 개혁 검토

입력 : 2017-08-23 06:00:00 수정 : 2017-08-23 01: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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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5년 대외비 보고서 입수 / “대법원장 정점 피라미드 구조, 소수 법관 인사·예산·정책 독식” / 사법행정 밀실운영 등 내부 비판 / 기능분산·법관회의 등 방안 제시 / 김명수號 행정처 개혁 힘 실릴 듯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과 일선 법관들의 거센 개혁 요구 등에 따라 법원행정처 개혁이 사법부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9월 대법원이 대외비 보고서까지 만들어 행정처 개혁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이 대외비 보고서를 통해 대법원장 밑에서 소수 엘리트 법관이 인사와 예산, 정책권한을 독식하는 행정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재편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행정처 개혁 여론이 고조되는 한편 사법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놓고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김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3월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사법행정권 남용 파동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위해제를 촉구했을 뿐 아니라 행정처를 정점으로 한 사법부 관료화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행정처 개혁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일보가 22일 입수한 대법원이 2005년 작성한 대외비 문건 ‘사법행정 담당기관의 재편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 보고서에서 행정처의 여러 문제를 지적한 뒤 재편 방향과 몇 가지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 취임 즈음인 2005년 9월 A4용지 8장으로 작성된 이 대외비 문건은 당시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법관이 대외비 검토 자료로 작성, 행정처 등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행정처는 법무부 등의 역할 미흡으로 인해 그 담당 업무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사법행정 비대화라는 문제에 당면했다”며 “소위 엘리트 법관 위주의 사법행정 운영을 통해 사법부 관료화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사법행정의 효율적 성과를 거두면서도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조직인 행정처 구조에 의해 사법행정의 밀실 운영 및 법관의 관료화가 초래됐다는 비판을 잠재우고 사법행정에 대한 절차적 민주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롭게 사법행정 담당기관을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개편 방안의 골자로 행정처의 사법행정 연구·의사 결정·집행 기능을 분산해 별도 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행정처는 집행 기능만 맡는 방안과 일선 법원 법관도 참여하는 별도의 의결기구(전국법관회의)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안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이 같은 대법원 대외비 보고서는 최근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촉발된 전국법관대표회의 측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어서 향후 행정처 개혁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법원행정처의 비대화나 권한 남용 문제는 대법원장 1인 체제를 강고하게 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오면서 생긴 것으로, 이 문제가 결국 터져 나온 것”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대법원 대외비 보고서는 대법원이 이미 2005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개혁 방안도 고민했다는 것을 드러낸 것으로, 차제에 적극적으로 사법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고 특히 국민이 주도가 되는 사법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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