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행사에는 가족, 친구와 함께 온 이들이 있었고, 혼자 이곳을 찾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오후 7시 이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감금했다. 4.96㎡(약 1.5평) 남짓한 독방에서 이튿날 오전 5시까지 혼자가 된 것이다. “누구의 시선도 느껴지지 않는 이곳에서 자유와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지난달 31∼1일 진행된 사단법인 행복공장의 ‘독방 새해맞이’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독방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행복공장 제공 |
참가자들은 스스로를 독방에 가두기에 앞서 함께 모여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보다 뒤처질까봐 두려워했던 마음, 이유없이 상대방을 미워했던 마음, 일에 빠져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것 등 각자의 고민과 근심을 담은 ‘걱정인형’을 만들고 새해에 기대하는 바를 소원종이에 적어 처마 밑에 달았다. 마음을 다잡자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학점을 잘 받게 해달라는 구체적인 소망까지 다양한 바람들을 공유했다.
6년 전 탈북해 남한으로 건너 온 한진범(22)씨는 “학업스트레스와 진로에 대한 고민 등으로 불안했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왔다”며 여느 대학생과 마찬가지인 고민을 털어놓았다.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병원을 개업했다는 한의사 박상천(35)씨는 “2017년은 병원 개업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한 해였다”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머리를 비울 수 있는 휴식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샤워를 하거나 간식을 먹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위한 준비를 끝내고 독방에 들어갔다. 작은 앉은뱅이 책상과 커튼으로 가려진 화장실, 그리고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작은 방에 홀로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의 글귀를 적어놓은 액자가 전부였다.
아무것도 없다시피 한 그곳에서 이들은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머릿속이 복잡한 사람은 ‘멍 때리기’를 하거나 명상을 했고 방 안에 미리 준비된 색연필과 공책에 이리저리 낙서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 사람도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권용석(54) 행복공장 이사장은 “욕망을 좇고 욕망들이 충돌하는 이 세상이 어쩌면 전쟁터이고 감옥일 수 있다. 오히려 세상에 빗장을 걸고 1.5평 독방에 들어와 앉으면 묘한 해방감과 평화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맞이한 2018년 1월1일의 새벽, 참가자들은 함께 홍천의 남산에 올라 첫 해돋이를 눈에 담았다.
홍천=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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