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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문 대통령 "북한 주한미군 용인"… 미국은 반신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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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0 10:30:00 수정 : 2018-04-20 16: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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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고, 주한 미군 주둔을 용인했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이 반신반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인 협상도 하기 전에 중대한 양보안을 던진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NYT)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은 19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발언을 심도 있게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사 사장단과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이 지금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고 오로지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 종식과 안전보장을 말할 뿐이다”면서 “그 점이 확인됐기에 지금 북·미 간에 회담하겠다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NYT는 “북한이 변화한 자세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면 이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력 운영에 영향을 미치고, 북한과의 협상 타결을 주저해온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NYT는 “북한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줄곧 2만 8500명에 달하는 주한 미군의 철수를 요구해왔다”면서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을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삼아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정부 당국의 공식 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원한다면 주한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북한이 주한 미군 주둔 허용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NYT가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1992년 김용순 당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아놀드 켄터 미 국무차관과 회담에서 주한 미군 주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또 지난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 간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통일 이후 동북아 안정을 위한 주한 미군 주둔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NYT는 “북한이 주한 미군 주둔을 용인하더라도 주한 미군의 중대한 감축과 재편을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이 아직 북한 당국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고, 미국 정부도 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 않지만, 이는 잠정적으로 북·미 간 대화를 가로막고 있던 오랜 장애물이 제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한반도 전문가들이 여전히 북한의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고, 문 대통령이 말한 대북 ‘적대정책’이 무엇을 뜻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WSJ는 “북한이 적대정책, 비핵화, 안전보장, 평화협정 등을 말할 때 그 뜻이 미국이 이해하는 것과 늘 다르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매닝 아틀란틱 카운슬 선임 연구원은 WSJ에 “북한이 적대정책이라는 말을 자기네가 원하는 대로 해석한다”면서 “주한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면 이것이 적대정책이라고 말할 것이고, 이는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고 말했다. 패트릭 매케천 윌슨센터 연구원은 “북한이 요구하는 적대 정책 종식에는 포괄적인 대북 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 북한과 외교 관계 정상화, 대북 에너지 지원이 다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언론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이날 “북한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면서 아무런 반대급부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이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것은 너무나 좋은 일이어서 사실일 수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북한 입장에서 이는 완전히 ‘되로 돌아’를 한 것”이라며 “북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려고 핵무기를 개발해왔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문 대통령은 대북 대화와 관여를 고양하는 진보적인 노선을 내세워 당선됐었다”면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세계에 알릴 때 공정한 메신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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