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순안공항에 환영나온 북한 주민들에게 90도로 ‘폴더 인사’한 모습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한 문재인 대통령. 평양공동취재단 |
특히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방식은 보통 북한에선 김일성 동상 앞이나 김정은 가족 등에게만 허용되고 있어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 북 주민에 ‘폴더인사”…평소 “태도가 본질” 강조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의 영접을 받았다. 남북 정상은 이어 따뜻하게 포옹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식 환영식에서 김 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의장대 사열과 분열을 마친 뒤 환영나온 평양시민들을 지나갔다.
문 대통령은 이때 평양시민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시했고 다가가 악수를 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환영 인파의 끝 지점에서 손을 들어 답례하다가 자세를 바꿔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했다. 환영해준 평양 시민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문 대통령은 평소 “태도가 본질”이라며 성의를 다한 진실한 태도를 강조해왔다. 즉 그는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저는 태도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국민을 대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태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태도, 사용하는 언어, 표현 방법, 이런 태도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태도는 저는 거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우용 “문재인의 폴더인사, 전단 100억장보다 더 효과”
역사학자 전우용 한양대 교수(동아시아문화연구소)는 평양 주민에 대한 문 대통령의 폴더 인사는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 있어 전단 100억장 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호평했다.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에게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에는 전단 100억장 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사람들을 서로 잇는 것은, 돈이 아니라 겸손한 태도와 따뜻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전우용 한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
이와 관련, 2012년 탈북 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통일교육원 책자에 따르면 북한에서 인사는 ‘수령의 것’과 ‘인민의 것’ 두 종류로 나뉜다.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는 건 ‘수령의 것’으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그 가족에게만 허락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을 향해 90도로 ‘폴더 인사’한 것은 “주민을 ‘최고존엄’으로 대한다”는 행위로 풀이될 수 있어 상당히 파격적으로 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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