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가해진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가 발표했다”며 “나는 오늘 그러한 추가 제재들의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미 재무부가 단행한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한 제재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미국 언론들은 조만간 발표될 대북제재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무부가 곧 대규모 대북제재를 추가 발표하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했다고 우리 정부가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북한의 일방적 철수 조치에 따른 북·미 간 긴장 고조를 피하고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아한다”고 설명한 것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톱다운 대화’ 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분간 미국 정부가 추가 대북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어제 “한심한 것은 미국과 공조하여 평화체제 구축과 북남협력을 꿈꾸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라며 “남조선이 미국과 공조해야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그제 “남조선 당국자들이 중재자 역할, 촉진자 역할을 떠드는 것도 미국의 승인과 지시가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자기 처지도 의식하지 못하는 주제넘은 처사”라고 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철수 이후 한·미동맹 흔들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김 위원장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임박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려는 속셈이다. 김 위원장이 다음달 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상황을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비핵화 협상이 한번 궤도에서 이탈하면 돌이키기 어려워진다. 북·미 협상의 틀을 흔들지 말고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화답해 하루빨리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고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협상 재개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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