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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엔제재 둑 허물려는 중·러, 北 핵보유 공인할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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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12-18 00:11:31 수정 : 2019-12-18 0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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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앞줄 왼쪽부터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정은,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만건 노동당 부위원장. 조선중앙TV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결의안에는 북한 수출 금지 품목에서 수산물·섬유를 제외하고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노동자 송환 조항을 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제재에서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엔에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제출된 것은 처음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북 압박 강화를 위해 지난 11일 안보리 회의를 소집한 미국이 혹을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인 꼴이다.

수산물·섬유 수출, 해외 노동자 파견은 대북제재 이전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사업이었다. 유엔 제재로 통치자금 조달 통로가 막히자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게 됐다. 유엔 제재의 둑이 허물어지면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러시아는 결의안에서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일부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명분이야 그럴듯하지만 양국의 대북제재 허물기는 핵개발에 면죄부를 주고 핵보유를 공인하는 행태와 진배없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는 제쳐두고 제재해제·체제보장 요구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중국·러시아가 제출한 결의안은 “제재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미국 등의 반대로 채택 가능성이 없다. 그런데도 양국이 해외 북한 근로자 송환 시한인 22일을 앞두고 결의안을 내놓은 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으로 볼 수 있다. 북한과의 교류가 가장 많은 양국이 동참하지 않으면 대북제재에 큰 구멍이 생겨 제재가 무력화될 수 있다. 대북제재를 둘러싼 한·미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남북이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에 합의해 착공식까지 열고도 유엔 제재와 미국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점을 노렸을 것이다.

정부는 중국·러시아의 북한 편들기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주장은 반길 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도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 기간에 북·미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부는 북·중·러 밀착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 공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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