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의 국내 이용약관이 오는 20일부터 싹 바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넷플릭스의 약관을 불공정하다고 판단, 시정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전 세계 경쟁당국 최초로 글로벌 OTT 사업자의 약관을 시정해 소비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넷플릭스 기존 이용약관에서 문제가 된 조항은 크게 6가지로 추릴 수 있다. ▲고객의 동의 없이 요금 변경 내용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조항 ▲회원계정의 종료·보류 조치 사유가 불명확한 조항 ▲회원의 책임없는 사고(계정해킹 등)에 대해 회원에게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한 조항 ▲회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조항 ▲일방적인 회원계약 양도·이전 조항 ▲일부조항이 무효인 경우 나머지 조항의 전부 유효 간주 조항 등이다.
공정위는 “OTT 이용자 수 급증 및 국내외 사업자의 신규 진입이 예상돼 소비자 권익보호가 중요해지고 대표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이용약관에 문제가 제기됐다”며 심사 배경을 밝혔다.
문제가 된 약관 중에서 ‘요금·멤버십 변경 시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공정위는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업자가 정한 요금 등을 고객에게 임의로 적용해 효력까지 발생시키는 것으로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약관 시정을 통해 고객들에게 요금 변경 등을 사전에 통보하고 동의를 받기로 했다.
넷플릭스가 △이용약관 위반 △사기성 있는 서비스에 가담하는 경우 △기타 사기행위 등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사유로 회원계정을 종료하거나 보류할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도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규정에 의해 계정 종료 등 권리침해를 당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는 회원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무효”라며 “회원 계정 종료·보류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넷플릭스에 알렸다.
넷플릭스는 기존 약관에서 회원이 계정을 사용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계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에 대해 회원 본인이 책임지도록 해왔다. 이 때문에 계정 해킹 등 피해를 입더라도 고객 스스로가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공정위는 “사업자의 관리 부실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자에게도 책임이 있으며 회원에게만 전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넷플릭스는 약관 시정 후 회원이 해당 계정을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 회원의 책임을 규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 공정위는 회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고의·과실 책임 원칙을 규정해 특별한 손해인 경우 넷플릭스가 책임지도록 했다. 또한 ‘회원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제3자에게 양도·이전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회원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 언제든지 멤버십 해지를 가능하게 하고, ‘일부 약관조항이 무효인 경우 나머지 규정만으로 계약의 전면적인 유효를 규정하는 조항’은 삭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전 세계 경쟁당국 최초로 글로벌 OTT 사업자의 약관을 시정함으로써 소비자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피해 예방과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OTT 분야에서 국내 사업자 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업자의 신규진입이 예상됨에 따라 사업 초기단계에서 불공정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시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넷플릭스는 전 세계 유료 구독자수 1억4000만명, 세계 시장 점유율 30%에 달하는 세계 최대 OTT 사업자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6년 1월 진출했으며. 이용자 수는 2016년 말 약 20만명에서 지난해 11월 약 200만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