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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집에 있으니 불편”·“아내 잔소리” 코로나로 흔들리는 日가정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20-05-21 18:15:00 수정 : 2020-05-21 19: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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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자택근무·외출자제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부부갈등으로 인한 이혼 상담이 큰 폭으로 늘어 우려스럽다고 19일 일본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부부가 집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치관의 차이 등으로 인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갈등이 심한 일부 가정에서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져 피해 상담이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상담은 주로 상대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연은 모두 다르지만 여성의 상담사례를 보면 “남편이 집에 있으면서 아이를 돌보지 않고 휴대전화만 본다”, “남편이 집안일을 제대로 돕지 못한다” 등 가사나 육아와 관련한 내용과 ‘게으른 모습’ 등 상대의 행동을 지적하는 내용이 많았다.

 

반면 남성의 경우 “아내의 잔소리”, “집안일 강요” 등 여성이 불만에 대한 반박이 주를 이뤘다.

 

부부 문제 상담소 오오츠카 쿠니코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전에는 남편은 출근하고 아내는 가정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요즘에는 이러한 시간적 거리가 줄어 평소 알지 못했거나 참았던 불만이 쌓이면서 이혼 상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부가 다투는 장면을 그린 일러스트. 아내와 남편 입장이 서로 달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 이혼, 한때 유행한 황혼이혼과 유사”

 

이시쿠라 후미노부 오사카대 인간과학연구과 초빙교수는 코로나 이혼과 관련 “‘황혼이혼’ 문제와 같다”며 “자택근무, 외출자제 분위기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갑작스럽게 길어져 부부 문제가 표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혼이혼은 은퇴한 60대 이상 노부부의 이혼을 뜻한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황혼이혼이 사회문제 됐는데 2004년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인구동태통계’를 보면 결혼 20년 이상 된 부부 가운데 무려 4만 2000여 쌍이 이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985년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또 결혼 3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도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부부간 대화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남편의 경우 회사 업무와 사회생활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사느라 평소 아내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다가 퇴직 후 갑자기 할 일이 사라지면서 아내에게 기대려고 하고, 아내로서는 퇴직 후 온종일 함께하는 남편에 대한 불만에 빠져 ‘부원병(夫源病·남편이 원인돼 생긴 병)’에 시달린다.

 

이 과정에서 부부가 사소한 일로 다투거나 상대의 몰랐던 흠까지 눈에 띄면서 갈등하다 결국 이혼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시쿠라 교수는 2020년 일본 사회에 나타난 코로나 이혼이 당시 유행한 황혼이혼과 유사하다고 봤다.

 

그는 현재 부부 갈등도 문제지만 코로나19 종식 후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 채 생활환경 변화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우려한다.

 

코로나 실직 등으로 경제인 문제가 더해지면 서로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 지난 4월 초 일본 도교도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수입이 줄어든 남편과 이에 불만을 품은 아내가 부부싸움을 벌이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아내에게 생활면에서 의존하는 남편과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아내는 같은 종속성에서 위험하다”며 “남편이 먼저 식사를 준비하거나 아내는 전업주부라는 탈을 벗고 가게 경제에 보탬이 되는 등 서로 자립하고 돕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서재에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는 등 온종일 함께하지 않고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로나19 확대 후 가정폭력에 관련 보고, 상담도 증가했다. 여성·아동지원센터 ‘넷고베’의 마사이 레이코 대표 이사는 “가정폭력이 있어도 외출자제 요청으로 피할 곳이 없어 가정폭력이 심각해지는 경우도 있다”며 “피해가 발생하면 참지 말고 상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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