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체류 중인 20대 한국인 남성이 일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소식이 전해진 뒤 일본 소셜미디어(SNS)와 커뮤니티 등에는 남성의 범죄행위를 비판하며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지나친 국적 부풀리기’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강제동원 배상 판결 등으로 정치적으로 냉각된 한일 관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개인의 일탈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한일 양국 시민들의 거리마저 멀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남성 성폭행 혐의로 체포
6일 TBS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씨(25)는 지난 6월 일본 도쿄 신오쿠보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마치고 나온 여성 A씨를 성폭행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한국 아이돌과 관련한 이야기로 A씨에게 접근한 뒤 “1대 1로 어때?”라며 만남을 제안했다.
김씨는 A씨가 싫다고 거부하자 팔을 잡고 택시에 태워 자신이 사는 맨션(공동주택·아파트)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것으로 일본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씨는 “(자신이 사는 집에) 여자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을 들인 적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서로 향하던 중 방송 카메라를 향해 불만 또는 억울함을 토로하는 듯한 말과 표정을 보였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국적 부풀리기’ 논란
이같은 언론 보도 후 SNS, 커뮤니티 등에는 김씨를 향한 비판과 동시에 ‘국적에 알리기에 치우쳤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언론 보도 후 일부 일본 누리꾼들은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한국’, ‘한국남성’ 등의 불필요한 ‘해시태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등에서 ‘#특정단어’ 형식으로 단어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기능)를 달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언론 보도에서 ‘한국 국적 남성 김XX’라고 언급했지만 ‘한국남성’ 등의 추가 태그를 붙여 가해자가 한국인임을 강조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정 해시태그에 더해 실명 및 얼굴이 공개된 보도를 인터넷상에 게재해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언론은 범죄자의 실명과 얼굴 공개를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2차 피해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국 국적자의 범죄를 일본 언론에서 크게 다뤄 위화감이 든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범죄는 잘못된 일이지만 국적을 알리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의문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개인의 일탈이 한국인 전체를 비난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반면 “일본인을 얕보지 마라” 등의 따끔한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한류, 문화, 음식 등 한국에 호감을 갖는 일본 사람을 범죄 대상으로 삼으면 좋지 않은 이미지가 커질 수 있다. 일본 누리꾼들도 이러한 점을 우려하면서 국적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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