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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구 온난화의 역설과 추운 겨울

입력 : 2021-02-05 10:40:11 수정 : 2021-02-05 10: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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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최저기온이 1986년 1월 5일 영하 19.2도 이후 가장 낮은 영하 18.6도까지 떨어지면서 따뜻하게 출발했던 겨울에 한파가 들이닥쳤다.

 

이번 한파의 원인으로 북극진동이 꼽힌다. 북극진동은 북극의 찬 공기인 극소용돌이가 수일에서 수십 일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북극과 북반부 중위도(이하 중위도) 지역의 온도 차이에 의해 북극을 에워싸듯 서에서 동으로 부는 강한 상층의 바람인 제트기류가 있다. 두 지역의 온도 차가 크면 제트기류는 강해지고, 평상시 북극 지역을 돌며 극소용돌이의 냉기가 중위도로 남하하는 것을 막아준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온도가 상승해 중위도와의 대기의 온도 차가 줄어 북극 상공의 제트기류가 약해졌다. 이 제트기류는 쓰러지려는 팽이처럼 회전반경을 한반도가 있는 북반구 중위도까지 넓혀 파형을 그리며 북극 주위를 돌게 된다. 제트기류가 남하하고 이어 차가운 극소용돌이가 중위도로 내려옴에 따라 시베리아의 한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우리나라가 추워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7년(1973~2019)간 지구온난화로 한국 내 겨울철의 최저기온이 소폭으로 상승하고, 한파일수(겨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인 날)도 소폭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각 연도별로 한파일수의 변동폭이 커졌다고 한다. 즉 국내 겨울철 기후가 지구온난화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1973년 이후 한파일수가 많은 상위 10개에 최근 10년(2010~2019)의 연도가 3개가 있지만 가장 적은 하위 10개에도 4개나 있다. 최근 10년의 겨울은 1990년 이후 평균적으로 가장 추웠던 10년인 동시에 연도별로도 한파일수의 변동폭이 더 커지면서 한파와 같은 이상기후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겨울철 기온도 변동성이 심하다. 지난 1월 8일 영하 18.6도까지 내려갔던 서울 기온이 1월 24일 30도 이상 오른 13.9도로 관측되었고 1월 기온으로는 두 번째로 높았다. 이때 섬진강에서는 두꺼비 산란이 벌써 목격됐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이 3월 5일쯤이다. 이들의 올챙이와 알들은 이후에 오는 추위로 동사할 가능성도 크다. 

 

따뜻한 겨울도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 2019년 겨울(2019년 12월~2020년 2월)은 전국 평균 기온이 3.1도로 1973년 이후 가장 높고, 한파일수도 가장 적었다. 2019년 따뜻한 겨울 이후 2020년 여름에 수도권 지역의 정수장과 가정집에서 수돗물 관련 유충 신고가 많았다. 또한, 강원과 충청지역에서는 아열대성 곤충인 매미나방과 꽃매미, 대벌레 등이 기승을 부려 사람들을 괴롭혔다. 

 

국내에 있는 해충의 알들은 영하 15도 이하에서 거의 동사한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보통 겨울의 강추위로 인해 해충 발생량이 5~30% 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겨울철이 따뜻하면 알의 월동 사망률이 낮아져 알 대부분이 부화하고, 개체 수가 급작스럽게 증가해 과수와 작물에 큰 해를 입힌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추운 겨울은 생태계 평형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맡은 역할이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올겨울 한파는 수도계량기 동파 등 사람들에게 큰 불편도 초래했지만 다가올 여름철에 해충 발생을 줄여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편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인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올라가고 있다. 당장 탄소배출을 줄이더라도 향후 수십 년간 진행될 지구온난화로 추운 겨울의 순기능적 역할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변동성이 커진 이상기후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측정보의 활용 역량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사회가 기후예측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후예측정보를 바탕으로 극한기후 환경을 대비·극복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적용도 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을 입안·도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상청은 2100년까지의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을 통해 현재 수준의 탄소 배출량이 지속되면 2040년 미래에는 한반도의 기온이 현재보다 인류의 저지선인 1.5도를 지나 1.8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극한기후 현상도 21세기 중반 이후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실천이 하루빨리 이행돼야 한다. 

 

정부는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발전인 그린뉴딜을 정부는 지금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일상 속 생활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작은 행동의 실천을 통해 그린뉴딜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이다. 자신이 좀 불편해도 자연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권원태 APEC기후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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