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등도 직격

미국이 3년만에 복귀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국제사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북한 인권 문제에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향후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美, 3년만에 인권이사회 복귀… 北 인권결의안 채택 촉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화상연설에서 북한과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인권 침해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번 회기에서 시리아와 북한에서 계속되는 인권 침해 등 전 세계 (인권) 우려 사안을 제기하는 결의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해까지 18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고, 올해도 결의안 상정과 채택이 유력시되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시기인 지난 2009년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됐고, 2010년 13차 이사회부터 2018년 37차 이사회까지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8년 6월 인권이사회를 탈퇴했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예민한 반응을 감안해 인권 문제를 거의 제기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며 “이는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결의를 재확인한다”며 “세계인권선언이 선포했듯이 모든 인권은 보편적이고 불가분이며, 상호의존적이고 서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이사국 자격 높여야”… 중국·러시아 등도 직격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오는 2022년~2024년 임기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을 모색할 것”이라며 유엔 회원국들에 지지를 당부했다. 아울러 이사국 자격에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 침해로 규탄받는 국가들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인 현실을 개탄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인권 침해국으로 규탄받는 중국과 러시아, 쿠바, 에리트리아, 베네수엘라 등이 유엔 인권위원회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견실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책임 매커니즘을 따르는 미국의 행동과 인권을 침해하고 학대하면서도 처벌받지 않는 권위주의 정권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동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을 겨냥해 “신장에서 잔혹 행위가 자행되거나 홍콩의 기본적인 자유가 훼손될 때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위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인권 증진은 미국 홀로 할 수 없다”며 “전 세계 동맹, 파트너들과 협력할 때 가장 잘 성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 가치를 외교적 지도력과 통합시키고 민주주의 수호와 인권 보호를 중심에 둔 외교 정책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별도의 언론 성명에서 “북한과 시리아에 대한 (인권 침해) 조사 등 유엔 인권이사회는 불의와 폭정에 맞선 그같은 싸움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에 미국은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北 위협 지속… 美, ‘대북 관여’ 서둘러야”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인권 문제에 깊이 관여할 것이라는 관측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위협은 지속하고 있기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관여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는 이날 상원 정보위 인준청문회에서 “전 세계 안보환경과 관련해 북한 등 익숙한 위협들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중국 문제는 미국이 직면한 최대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협상을 본격화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북한을 전세계 도전과제 중 하나로 꼽은 것이다.
번스 지명자는 특히 “전 세계 (안보) 지평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테러와 핵 확산부터 공격적인 러시아와 도발적인 북한, 적대적인 이란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번스 지명자는 다만 CIA 국장으로서 최우선 순위에 둘 국가안보 문제로 “시진핑의 중국, 적대적인 중국이 가하는 도전”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 비영리연구기관인 스팀슨센터는 최근 공개한 ‘미 의회의 한반도 힘싣기: 한국연구모임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불충분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개발에 나설 수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스팀슨센터가 지난해 2∼12월 미 상·하원의 외교·군사·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실 보좌진을 중심으로 개최한 10차례의 회의와 정책 제언을 중심으로 작성됐다.
앞서 미의회조사국(CRS)도 지난 2019년 9월 ‘비전략적 핵무기’(Nonstrategic Nuclear Weapons·전술핵) 보고서에서 “미국의 전술핵 등에 따른 핵 억지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동맹국들은 자신들이 핵무기를 획득할 수 밖에 없다고 느낄수 있다”고 지적했다. CRS는 특히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북한처럼 핵무장을 한 이웃 국가들로부터의 위협에 직면해있기 때문에 그런 계산(핵무기 획득)은 명백할 수 있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실험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반환을 요구해 왔다”고 소개했다.
한편, 톰 스워지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한미연구소(ICAS)의 화상 세미나에서 ‘대북제재 완화가 충분한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북한이 선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 단기적인 제재 완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북한 정부가 일부 선의를 보이는 일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조치는 핵 전선에 있지 않을 수도 있고, 이산상봉에 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것일 수도 있지만 뭐든지 간에 북한이 선의의 표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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