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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말의 관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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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7 23:10:40 수정 : 2025-09-07 23: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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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병역법이 개정되어 다문화가정 출신 젊은이들이 현역 입대 대상이 되었다. 첫해에 51명이었던 다문화 병사(전체 군 병력의 약 0.01%)는 6년 뒤인 2016년에 600명을 기록하고, 올해는 4000여명에 이르고 2030년 이후는 5%를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차별 논란으로 다문화 병사 통계를 중단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로 군 병력이 급감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다행이지만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도 생겼다.

바로 통역 문제이다. 많은 다문화 출신들이 상관의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 훈련에 차질을 빚고, 동료들과 의사소통에 필요한 한국어 소통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이다. 한국말이 서툰 군인의 증가는 군대라는 집단이 목표하는 일체감 형성에 지장을 주고 ‘나’라는 개별성을 전우 의식으로 뭉친 ‘우리’라는 조직으로 묶어내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 강한 군대는 좋은 무기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이심전심의 상명하복 정체성과 정신력이 뒷받침할 때 가능하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한국어 소통 능력 향상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 초중고 교육 현장은 추가 수업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갖추어야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공식적으로 주류사회(한국 사회)와 접하는 장소이고 시간이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5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다문화 학생은 20만2208명으로 처음으로 조사한 2012년 4만6594명, 2015년 8만2536명과 비교해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2025년 전교생 중 다문화 배경 학생 비율이 30% 이상인 학교는 100개교가 넘고, 전교생의 90% 이상이 다문화 학생인 곳도 적지 않다. 다문화 학생에 11만6601명인 초등학교의 경우 한 학급의 학생을 20명 내외로 보면 한 명은 다문화 학생인 셈이다.

다문화 배경의 자녀들이 다양한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도 매우 필요하다. 이질적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문화적 적응과 주류사회의 가치와 특성을 갖추는 사회화에 대해 선도적으로 조사해 온 커뮤니케이션 연구들은 ‘사람 네트워크’의 가치를 강조한다(‘social networks patterns of five ethic groups’, Yum). 말을 나누는 상대의 수, 말의 빈도, 말의 양, 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한 상대를 포함하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다양성’이 소통과 정보습득을 높이고 문화적 적응에 큰 도움이 된다. 군대는 물론이고 다양한 ‘말의 관계망’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소외되지 않는 정책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는 건 특정 집단을 넘어 대한민국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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