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튜터로 인재 역량 높이고
도메인 전문가 양성 힘써야
유비무환 자세로 미래 대비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살고 있다. AI는 분명 인간이 만들었지만 마치 자연현상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AI는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이고 우리의 모든 것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이 흔들림에는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다. 위기도 기회도 있다는 것이다. 누가, 어느 나라가 통찰력을 가지고 미리 실효적인 정책이나 방안으로 미래를 준비하는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미리 준비하면 근심이 없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필자는 AI 시대에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의 교육 관점에서 유비무환을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올해 4월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국제행사에서 기조강연을 했다. 여러 패널 세션 중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서 성공한 젊은 사업가가 AI 튜터 이야기를 했다. AI 튜터는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므로 분명 학생들이 빨리 배우게 되고, 그러면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데 함께 운동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으며 교사와 소통하면서 부족한 부분과 인성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이 된다. AI 튜터를 도입한 조직이나 국가는 AI 시대에 학생의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AI 튜터 도입에는 우려도 있겠지만 이미 성공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처지에 맞게 다듬어 가면 분명 우리 학생들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학생에게 필요한 계약, 금융, 자산관리 등은 기존 교육체계로는 매우 어렵지만 AI 튜터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추가로 출생률 감소라는 시대적 이슈가 있다. 줄어든 인구로는 우리나라의 산업 전 영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AI 기반 교육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면 적은 예산으로 학생들의 전반적인 역량과 경쟁력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AI가 주는 혜택을 받을 역량을 가지고 있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빨리 준비해서 추진해야 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인재도 잃고 관련 산업도 잃을 것이다. 우리가 하지 않더라도 다른 나라가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가 종속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대학 교육도 변해야 한다. 대학 교과목에 특화된 소위 특화(vertical) AI가 출시될 수 있다. 이 특화 AI가 교수보다 이론 강의를 더 잘할 수 있고, 그렇다면 AI를 수업에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는 거대 담론 중 하나로 논의해야 하는 주제로도 보인다. 여러 과목을 강의하거나 이론만 강의하는 것은 AI 시대에 학생들의 경쟁력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준비를 잘하고 있는가? 여러 대학의 교수들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한다. 이 시기에 빨리 미래의 변화를 수용하고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함께 미래를 하나씩 준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AI 시대에 우리 학생들을 특정 분야(domain)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춘 도메인 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 도메인 전문가도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학수학을 포함한 여러 기초과목에 학점 비중을 늘리고, 실험, 실습 또는 다양한 심화 텀(term) 프로젝트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당연히 전공과목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실험, 실습, 텀 프로젝트 등의 강화는 특화 AI가 제공할 수 없는 영역으로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초가 탄탄한 도메인 전문가 양성이 답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는데, 이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앞으로 AI는 우리 교육시스템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우리는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AI 튜터 활용뿐 아니라 실험, 실습, 다양한 텀 프로젝트 등을 강화하는 실효적 대책을 미리 마련하여 기초가 탄탄한 도메인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한마음으로 실효적인 방안을 속히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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