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찰청 청문·수사합동진상조사단이 어제 이용구 전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외압이나 경찰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결론 내리고 이 전 차관에게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담당 수사관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이 전 차관이 택시 운행 중 기사를 폭행했는지, 사건 발생 후 경찰 윗선에 보고됐는지 등을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사건의 경위는 지난해 11월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가던 이 전 차관이 서초구 집 근처에서 그를 깨우던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목덜미를 잡으며 폭행한 것이다. 이틀 뒤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를 만나 1000만원의 합의금을 주며 마무리하려 했고, 며칠 뒤 그는 법무차관으로 내정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담당 수사관은 이 전 차관에게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가 아닌 일반 폭행 혐의를 적용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했다. 택시기사가 폭행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었는데도 수사관은 “못 본 걸로 하겠다”며 묵살했다. 영상을 보면 택시기사가 운전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증거가 없어 이 전 차관을 처벌할 수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운전 중인 기사를 폭행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징역 5년까지 가중처벌받게 된다.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조사단의 발표를 믿겠는가. 경찰은 이 전 차관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명되는 유력인사라는 것을 알았고 이를 서울지방경찰청에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서장은 얼마 뒤 서울경찰청 요직으로 영전했다. 이렇게 밝혀진 것만 놓고 보더라도 경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했고, 여기에 고위직 인사 검증을 하는 청와대가 관여됐을지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경찰에게 경찰에 대한 조사를 맡긴 것 자체가 잘못이다. 4개월간 조사한 결과가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담당 수사관에게 책임을 돌린 것 말고는 없다. 이제 검찰의 손에 달린 셈이다. 그동안 시민단체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도 이 전 차관 폭행사건을 수사해 왔다. 국민이 두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만큼 검찰이 한점 의혹 없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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