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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경영계가 영세 사업장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법 위반 시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고개를 저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7월이면 5∼49인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며 “정부는 그간 보완된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기업들이 법을 준수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경영계가 요구했던 추가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선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정부는 우리 사회의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하자는 취지로 2018년 3월 주 52시간제를 도입했다. 근로기준법상 1주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기업 여력에 따른 준비기간을 감안해 그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등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했다. 50∼299인 사업장은 300인 이상 사업장(9개월)보다 법 위반 시 처벌을 유예한 계도기간을 1년으로 늘려준 뒤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5∼49인 사업장에는 계도기간 없이 일정대로 다음달 주 52시간제를 시행한다. 정부는 이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보완 입법이 이뤄졌기 때문에 바로 시행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5∼49인 사업장도 7월부터 주 52시간제 위반 시에는 사업주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바로 처벌되진 않고 신고 접수 후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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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신 이들 사업장에 주 52시간제가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전국 48개 지방노동관서에 구성된 ‘노동시간 단축 현장지원단’을 최대한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5∼49인 사업장은 여전히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가 부족하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지난 14일 계도기간 부여 등 ‘주 52시간제 대책 촉구 관련 공동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자체 조사와 올해 4월 중소벤처기업부 등과의 공동조사를 근거로 계도기간은 없다고 못 박았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4월 5∼49인 사업장 1300개를 표본 조사했고, 이 중 93%가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미 지키고 있다’는 응답은 81.6%, ‘준비 중이다’는 10.7%, ‘준비 못 한다’는 7.7%로 조사됐다.
하지만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조사내용을 근거로 지나친 낙관론을 펼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특히 영세사업장의 경우 주 52시간제 적용과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 중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세 기업의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고 주 52시간제를 단일 적용하면 결국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쪼개는 등의)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는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병수·정필재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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