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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아시아와 남유럽 사이에 위치한 터키. 다르다넬스해협과 마르마라해, 보스포루스해협을 경계로 서쪽 3%는 유럽에, 동쪽 97%는 아시아에 속한다. 한국과 터키의 인연은 남다르다. 한국전 당시 미국 영국 캐나다에 이어 네번째로 1만5000명이 넘는 병력을 파견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3500여명의 사상자를 냈지만 당시 터키군 대부분이 자원병이었다는 게 놀랍다.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 이유다. 터키의 관공서나 호텔 국기대엔 터키 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지난 4일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한국과 터키전.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한 터키 대표팀이 코트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았다. 단지 한국에 져서일까. 아니다. 지난달 28일 남부 안탈리아주부터 시작된 대규모 산불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올림픽 메달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다. 터키 주장 에다 에르뎀은 경기 전날 SNS를 통해 “산불과 싸우고 있는 터키인들이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과거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었던 에르뎀은 패배 후 “한국은 준결승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4강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그는 2017년 김연경이 터키 리그를 떠날 때 “김연경은 세계 최고의 선수다. 항상 그리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연경은 에르뎀을 껴안으며 위로의 말로 화답했다. 이들의 아름다운 우정은 양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SNS에 해시태그 ‘prayforturkey’와 함께 터키를 응원하는 글이 쏟아졌다. ‘김연경’ ‘팀코리아’ 이름으로 터키에 묘목을 기부하자는 네티즌의 트윗은 수만회 리트윗됐다. 국내 네티즌들은 기부 증서를 올리며 “형제의 나라 터키를 응원한다. 하루빨리 안정되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터키 네티즌들도 “고맙다” “역시 형제의 나라”라고 호응했다. 터키 비영리단체 환경단체연대협회는 홈페이지에 “맡겨준 묘목을 오랜 우정처럼 지키겠다”고 올렸다. 김연경과 ‘팀코리아’의 선한 영향력이 불러온 ‘나비효과’. 이보다 더 훌륭한 민간외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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