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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교토국제고, 첫 진출 日 여름 고시엔서 감격의 첫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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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0 07:00:00 수정 : 2021-08-20 09: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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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싸움’서 강호 군마현 대표에 1대0 승전보
NHK “동해 건너…”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 두 차례 생방송
박경수 교장 “부족한 조건에서도 선전한 선수·감독에 감사
전국 제패 위해 열악한 연습환경 개선 고민… 앞 향해 전진”
교토국제고가 19일 제103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1차전에서 승리한 뒤 NHK가 한국어 교가가 제창되는 장면을 한국어 교가 가사와 함께 전국에 방송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일본 고교야구 꿈의 무대, 여름 고시엔(甲子園)에서도 한·일 젊은 피들의 한국어 교가가 두 번 울렸다.

 

재일 한국계 교토(京都)국제고가 19일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 한신(阪神)고시엔 야구장에 열린 제103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1차전에서 군마(群馬)현 대표인 강호 마에바시 이쿠에이(前橋育英)고교를 1대 0으로 이기고 2차전에 올랐다. 교토국제고는 2회말 솔로 홈런으로 뽑은 한 점을 잘 지켜 처음 진출한 여름 고시엔 초전을 승리했다.

 

◆봄 고시엔 이어 여름 고시엔서도 쾌거

 

1947년 개교,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교토국제고는 지난 3월 외국계 학교로는 처음으로 일본 선발(選拔)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 본선 무대를 밟은 데 이어 다시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에 처음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일본의 광역지방자치단체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을 대표하는 49개 팀(도쿄와 홋카이도는 2개팀)이 출전해 자웅을 겨루는 일본 청소년 야구의 최고봉이다. 각 지역 대회에서 녹다운 토너먼트로 우승한 팀이 출장했다  

 

교토국제고 이날 승리로 한국어 교가가 한국어 자막과 함께 NHK를 통해 두 차례 전국에 생중계됐다. 봄·여름 고시엔에서는 대회 전통에 따라 경기초 시합하는 두 팀의 교가를 제창한 뒤 경기 종료 후 승리 팀의 교가를 다시 한 번 부른다. NHK는 교가 방송에 앞서 “교토국제고 교가는 한국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일전이었다. 최초 출전한 교토국제고는 재학생 130명의 미니 학교인 것에 비해 상대는 5회 연속 진출의 강호로 재학생도 10배가 넘는 1560명에 이른다.

 

일본 고교 전국대회 본선에 진출 못 했던 학교가 처음으로 한해에 봄 고시엔과 여름 고시엔 무대를 동시에 밟는 것은 7년 만이다. 교토국제고는 봄의 고시엔에서도 1차전 32강전에 승리해 16강에 오른 바 있다.

 

이번 시합은 서일본지역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3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치러졌다. 2차전은 오는 23일 오전 8시로 예정돼 있다.

 

◆교토국제, 민족교육 요람으로 출발

 

교토국제중·고는 해방 후 민족교육 운동이 전개됨에 따라 1947년 교토조선중학으로 개교해 1961년 교토한국중과 1965년 교토한국고가 한국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았다. 2003년 재정난 타개를 위해 일본 학교교육법 제1조가 정한 일본학교로 전환해 2004년 교명을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주오사카 한국총영사관이 발행한 ‘간사이(關西) 민족교육 70년 발자취’(2017)는 “학교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싶었으나 교토부(府)가 학교명에 외국 국가명을 넣은 것에 반대했다“며 “이는 심히 한국을 의식한 상황 하에서의 조치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적고 있다.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가 19일 제103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배트를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2회말 솔로 홈런으로 뽑은 한 점을 잘 지켜 처음 진출한 여름 고시엔에서 역사적 첫승을 기록했다. 교토국제고 제공

◆동네 야구 수준서 전국 다크호스로 성장

 

교토국제고는 1990년대 학교 재정 상황이 악화해 해마다 학생 수가 감소하자 학생을 모으기 위해 인기가 높은 야구부를 창단했다. 외국계 학교가 일본고교야구연맹에 가입한 첫 사례다.

 

창단 당시 야구 경험자는 2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동네 야구 수준이었다고 한다. 첫 연습경기에서 0대 58 3회 콜드게임 패, 1999년 여름 첫 정식 경기에서도 0대 34 5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이 점수 차는 지금도 일본 고교야구 기록이다. 역대급 치욕을 선사한 상대팀 1학년 선수가 현 감독이다. 3루타를 쳤던 고마키 노리쓰구(小牧憲繼·38) 감독은 대학 졸업 후 2007년 사회과 교사로 부임한 뒤 2008년부터 감독으로서 야구부를 이끌고 있다. 

 

박경수 교장은 첫 승 소감에 대해 “운동장, 인원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에도 불평 없이 미래의 꿈을 향해 연습장 탓하지 않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며 “선수들을 전국수준으로 성장시켜준 지도자에게도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남은 목표 일본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운동장 여건을 해결해 주고 싶다”며 다음 시합도 감동으로 전진하겠다”고 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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