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막기 위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시행 초기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오픈단체채팅방에 대한 불법촬영물 필터링이 지난 10일 자정부터 시작되면서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이용자 검열에 나섰다”는 글이 쏟아졌다. 앞서 당국은 매출액 10억 이상 또는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의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SNS·커뮤니티·인터넷개인방송·검색포털 등에 올라오는 불법 동영상과 이미지에 대한 관리의무를 부과했다. 때아닌 검열 논란에 누리꾼들은 “텔레그램으로 가야겠다”, “라인을 쓰자”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엄격한 법 적용을 주장했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과도한 사전검열이라며 개정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어제 선대위 회의에서 “커뮤니티 게시글과 카카오톡 채팅방을 모니터하고 제한하는 것은 헌법 21조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헌법 18조 통신의 비밀 보장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옳은 지적이긴 하나 1년 전 IT업계 전문가들과 법조계가 인터넷 사업자에게 관리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법적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할 때는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n번방 방지법은 지난해 5월 여야 협의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될 때부터 ‘졸속·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이 적잖았다. 현재의 혼란은 여기에 기인한다. 디지털 촬영물의 불법성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보니 사업자가 모든 정보를 필터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고,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오픈단체채팅방’만을 단속 대상으로 삼는다고 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범위를 정할지도 불분명하다. 정작 n번방 사태를 일으켰던 메신저 ‘텔레그램’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 역차별 논란까지 불렀다. 기술 미비로 고양이 동영상이 불법촬영물로 지목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법 시행 초기 혼란은 있을 수 있다. 더구나 디지털 기술의 변화와 발전 가능성은 상상 이상이지 않은가. 국회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디지털 성범죄를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 법 보완 및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 일관된 엄벌 의지와 사회 전반의 성인지감수성은 올바른 법 규정하에서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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